(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최근 몇 년간 카페와 맛집 거리로 부활했던 압구정 로데오가 스트리트 브랜드를 앞세워 패션 거리로 상권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압구정 로데오는 1990년대~2000년대 초 패션의 성지였다가 비싼 임대료에 상권이 몰락한 전력이 있는데, 이번에는 고가의 브랜드들과 외국인 관광객 수요로 임대료와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 슈프림·스투시 있는 압구정로 46길, '힙'한 골목으로 부상
연합인포맥스는 8일 압구정 로데오에서 가장 '힙'한 거리로 부상한 압구정로 46길을 찾았다. 도산공원과 마주하고 있어 일명 '도산공원 옆길'로 불리는 골목이다.
압구정로 46길은 과거 로데오 중심부가 아닌 다소 뒷골목 느낌이 나는 거리였지만 최근에는 슈프림(Supreme), 스투시(Stussy) 등 글로벌 스트리트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투시코리아는 지난 9월 이 거리에 우리나라 첫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 '스투시 서울 챕터'를 열었다. 이날 찾은 스투시 매장 앞에는 한겨울 추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압구정로 46길에 있던 카페와 레스토랑은 패션 업체의 플래그십 스토어나 정식 매장으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이날 찾은 거리에는 길 끄트머리에야 아직 영업하는 음식점과 주점이 일부 남아 있었다.
압구정로 46길뿐만 아니라 압구정 로데오 중심가도 모두 패션 위주로 변신 중이다.
유럽 감성의 분수대 등 인테리어 카페로 유명했던 달마시안은 올해 9월 여성 패션 브랜드 '엘보른(Elborn)' 도산 플래그십스토어로 바뀌었고, 바로 인근에 있던 레트로 디저트 카페 읍천리382의 자리에는 캐주얼 브랜드 '새터(Satur)'가 들어왔다.
지난달에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휴먼메이드'가 압구정 로데오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역시 카페·레스토랑 '페페쥬집'이 있던 자리다.
휴먼메이드는 일본에서 2010년 설립된 스트리트 브랜드로, 옷에 하트 로고나 강아지, 호랑이, 오리 등 다양한 동물 그래픽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코로나 시기부터 압구정 로데오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선호지로 뜨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홍대, 강남 등지에서 클럽 문화를 즐기던 2030세대가 코로나로 클럽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밀집도가 덜한 압구정의 카페와 바로 넘어왔다"며 "최근에 일어난 변화라면 MZ가 몰리자 이들을 겨냥한 패션 업체들이 입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촬영 : 한종화 기자]
[촬영 : 한종화 기자]
사진설명: 평일 오전이라 한산한 모습의 압구정로 46길. [촬영 : 한종화 기자]
◇ 월세 1억 넘는 곳도 속출…"가로수길처럼 될까 우려"
압구정 로데오 패션 상권의 부활 뒤에는 임대료 급등이라는 그림자가 있다.
압구정 로데오 일대는 건물주가 바뀔 때마다 임대료가 몇 배씩 뛰는 일이 잦다.
건물주가 건물을 오래 보유한 경우에는 압구정 로데오라 하더라도 월세가 1천만원~2천만원대에서 형성돼 음식점이나 카페가 버틸 수 있지만, 건물이 사고 팔리는 과정에서 새로운 건물주가 투자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급격하게 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압구정 로데오 중심가의 주요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은 월세가 1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임대료 대비 매출 구조가 맞지 않는 음식료업(F&B) 업종은 물론, SPA(제조·유통 일원화) 패션 브랜드도 진입이 힘든 수준이 됐다.
압구정 로데오에서 카페가 사라지고 있는 데는 패션 업체들의 마케팅 요인도 있지만 임대료가 높아진 탓도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압구정 로데오라는 상징성이 주는 광고효과, 그리고 유동 인구 대비 높은 1인당 소비력 등으로 아직은 패션 브랜드들이 임대료를 견디고 있지만, 아슬아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온리 원'의 상징성이 크고, 성수동보다 유동 인구가 적음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와서 수요를 받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중개업자는 "가로수길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압구정로데오 역시 MZ 다음의 세대로부터는 외면받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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