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작년 '두산밥캣[241560] 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배주주가 구조 개편을 명분으로 설계한 거래가 어떻게 주주 간 부의 이전을 가능하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두산은 3개 상장사에 걸쳐 인적분할합병→주식교환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거래를 짰다. 특히 두산로보틱스[454910]와 두산밥캣 사이의 주식교환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감독당국의 매서운 눈길과 주주의 반발 속에 거래는 결국 철회됐다.
이 과정에서 주식교환을 만장일치로 결정해 주주들을 울렸던 두산밥캣 이사회는 온라인으로 30분간 진행됐을 뿐이었다.
그랬던 두산밥캣이 이번에는 일반주주 보호에 앞장섰다. 독일 상장사 바커노이슨(Wacker Neuson) 인수를 검토하면서 대주주 지분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잔여지분까지 공개매수하겠다고 했다.
바커노이슨은 언론 보도가 있고 나서 "두산밥캣은 바커노이슨 주요주주들로부터 지분 63% 인수를 검토 중이며, 잔여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현금 공개매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회사 주가는 하루에만 28% 올라 모든 주주가 부유해졌다.
한국과 독일 투자자를 대하는 두산밥캣의 다른 태도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차이는 기업의 윤리가 아니라 제도다. 한국은 주주 보호가 약하고 독일은 주주 보호가 강하다. 의사결정권을 쥔 지배주주는 주어진 규칙 안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했을 뿐이다.
한국은 상장사끼리 합병이나 주식교환을 할 때 주가를 기준으로 가액을 정하게 한다.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어떻든 "주가가 그렇다"고 하면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
반면 독일을 포함한 해외 주요국은 각 회사 이사회가 자신이 대표하는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병·교환 비율을 자율적으로 협상하도록 한다.
또 독일은 한국에 없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상장사 지분을 30% 이상 취득하는 인수자는 잔여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량에 대해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제의해야 한다. 대주주의 지배권 프리미엄 독식을 막고, 지배주주 변동이라는 중대 변화에 맞춰 일반주주에게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한국도 수년째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논의해왔지만, 아직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상장사 지배지분 거래에서 일반주주가 소외되는 장면은 반복되고 있다.
이 간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 등 제도 개선에 탄력이 붙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 기대감이 큰 만큼, 개혁이 중간에 멈출 경우 시장이 느낄 실망도 클 수 있다. 제도는 여전히 중요하다.
보도 이후 두산밥캣은 중요 안건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을 개별 접촉해 사전에 충실한 설명과 자료 제공, 질의응답을 거친다면서 포괄적 주식교환도 이 같은 절차에 따라 이사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의했다고 알려왔다. (산업부 김학성 기자)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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