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영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국 국채 보유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영국 헤지펀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8일 미국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8천650억 달러(6천480억 파운드·1천270조 원)에 달해 지난 5년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캐나다 투자은행(IB)인 TD증권의 제나디 골드버그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런던이 사실상 미국의 자산 관리자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수치의 급격한 변화가 미국 국채 매수자로서 중앙은행보다 헤지펀드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헤지펀드의 수요 증가로 미국 국채가 가격 변동성에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 통제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영국의 순위 급부상이 돈을 펑펑 쓰는 미국 대통령에게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며 "헤지펀드는 훨씬 더 변덕스러운 투자 집단이고, 대통령의 낭비벽을 응징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의 맷 에이미스 투자 디렉터는 "시장이 더욱 자경단처럼 됐다"며 "헤지펀드 업계는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킨 만큼 매우 빠르게 치고 빠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미 재무부 관리를 지낸 브래드 세서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 국채의 자연스러운 장기 보유자가 많지 않고 시장에 레버리지가 더 많이 개입돼 있기 때문에 충격에 직면했을 때 수익률(금리)이 더 크게 변동할 위험이 있다"며 "'리즈 트러스'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지난 2022년 당시 영국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가 재원 마련 방안 없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자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은 외국 헤지펀드들을 자신의 편으로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지난 4월 이른바 '미국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에도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6천3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는 점 등에서다. 매체에 따르면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는 2015년 이후 50% 이상 급증했고, 올해 3월에는 처음으로 9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영국 기반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그보다 6배나 더 빠르게 증가했다고 분석된다. 2015년까지만 해도 영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일본의 5분의 1, 중국의 6분의 1에 불과했고 케이맨제도나 아일랜드, 스위스, 브라질보다도 적었다.
현재 영국 투자자들은 전체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량 중 9% 이상을 차지해 일본의 13%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미국 국제금융협회(IIF)의 마르셀로 에스테바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헤지펀드의 국채 거래, 중앙은행의 준비금 보관 약정, 파생상품 거래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이 영국을 통해 장부에 기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실질적 소유자가 미국이나 유럽 대륙, 걸프 지역, 또는 아시아에 있더라도 영국의 통계상 보유 자산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 이유"라며 "이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 구조에 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mjlee@yna.co.kr
이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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