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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대통령이 칭찬한 대출 갈아타기, 2년 만에 중단 위기

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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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부담 줄여준다면서 일반 대출보다 금리 더 높아

부동산 대출규제 직격탄…"고객 끌어올 이유 없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금리가 연 4% 중반대까지 치솟으면서 일반 대출 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출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채권 금리가 급등한 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은행들이 금리를 낮춰 타행 대출을 떠안을 여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준다며 폭풍 칭찬해 금융당국이 최대 성과로 치켜세웠던 대출 갈아타기가 정권이 바뀐 뒤에는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금리가 5년 간격으로 바뀌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4.25~5.65%(8일 기준)지만, 대출 이동제 주담대 대환용 금리는 4.39%로 하단과 비교하면 0.14%포인트(p) 높다. 전세자금대출 역시 고정형 일반 상품 금리가 3.85~5.25%이지만, 대출 갈아타기 금리는 4.25%다. 일반 전세자금대출을 3.8%대에 받을 수 있는 고객이 대환대출을 선택하면 오히려 금리가 0.4%p 높아지는 아이러니다.

같은 날 신한은행의 고정금리형(5년) 주담대 금리는 4.11~5.52% 수준이나 주담대 갈아타기 금리는 4.46%로 0.35%p 높았다. 우리은행은 주기형(5년) 주담대 갈아타기 상품 금리는 4.36%로 일반 주담대 4.15~5.35%보다 하단을 0.25%p 높게 유지했다.

하나은행 역시 5년고정(혼합) 주담대 금리(4.118~5.318%)가 갈아타기 금리 4.418%보다 하단이 낮은 상황이다. NH농협은행은 5년주기형 비대면 주담대 금리가 4.24~5.94% 수준이었는데, 대환대출 금리는 4.29%로 하단이 0.05%p 높았다.

한국은행이 작년 말과 올해 초 기준금리를 0.25%p씩 두 차례 인하했는데도 은행권 대환대출 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고채·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자 개별은행이 지표금리를 통해 대출금리 상승분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대환대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저금리를 앞세워 타행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받지 않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부동산 중심의 대출 영업을 기업 중심으로 전환하라고 강조하고 있는 데다, 연말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기존 고객의 대출도 걸어 잠그는 마당에 타 은행 고객의 대출까지 받아 잔액을 늘릴 이유가 없어졌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연말까지 가계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대출로 분류되는 대환대출을 늘릴 이유가 없다"면서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지 못할 경우 내년 대출에 페널티를 받게 되므로 아예 중단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부터 타행 대환 목적의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 취급을 모두 중단했고, 하나은행도 수도권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막고 있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대환대출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 규정을 70%로 원상복구 시켰지만 이미 대환대출 금리가 일단 주담대보다 더 높아진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용자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위원회도 대출 갈아타기 홍보를 사실상 멈췄다.

그동안 금융위는 금융사 간 금리 등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줬다며 대출 갈아타기를 최대 성과로 평가해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금융위의 대출 갈아타기 성과를 보고 받고, 실무를 담당했던 사무관을 직접 거명하며 박수를 보내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는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을 승진시키고 해외 유학을 보내는 등 파격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또 주기적으로 갈아타기 대출 성과를 홍보하고, 그 대상을 신용대출에서 주담대, 전세대출 등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대환대출을 활성화하는 자체가 난센스"라며 "금융당국도 대환대출의 금리 왜곡을 짚어 도입 취지를 되살릴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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