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과거 인생을 흔들었던 거시경제 이벤트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편하게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학계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가 나와서다.
◇ 그때와 전혀 다르지만…'IMF 트라우마+개방경제소국 숙명'의 영향력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달 공개한 '중앙은행 총재들의 삶의 경험과 통화정책 결정(The life experience of central bankers and monetary policy decisions: a cross-country data set)' 이란 제목의 워킹페이퍼에서 중앙은행가들의 생애경험은 연설 톤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정책 자체는 입수된 지표를 토대로 결정되지만, 연설 등 개인이 재량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에 경험 등이 녹아든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높은 인플레를 경험한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연설 등에 매파적 기조가 녹아드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200개국 이상 중앙은행 총재, 이사 5천여명의 출생 연도, 교육 경력 등 데이터를 모아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우리나라 통화정책 당국자들이 살던 시대의 트라우마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위기가 꼽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시 서울대 조교수였는데, 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를 목격하고선 이후 그에 대해 깊이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빠르게 치솟고, 대외채무가 급증했던 당시 상황을 대외채권국이면서 해외 투자가 더 급증하는 현재 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환율의 변동성이란 재료만을 놓고 보면 통화정책의 도비시(비둘기) 성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판단이 가능하다.
지난 금통위 기자간담회가 매파적으로 흘러간 배경을 이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통화정책 전환기란 큰 틀을 재확인한 점이 주요인이지만, 채권시장을 달래려는 총재 의지가 크지 않아 보였고 환율이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란 추정이다.
금리 인상 논의가 없었고 인하 소수의견이 유지된 점을 고려하면 도비시하게 볼 여지가 충분했지만,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를 뚫고 올라갔고 2주째인 현재도 3% 부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BIS 보고서를 토대로 금융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우리나라 금통위원들의 개인적 경험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보고서는 해외 유학 경험 또는 해외 근무 경험이 있고, 재무부에서 근무한 중앙은행가일수록 개인적 경험에 덜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모든 금통위원은 해외 유학 경험이 있고, 기재부, 한은, 교수 출신이다. 개인적 경험보단 환율 급등에 대외 금융안정 요인 영향이 커졌고, 인공지능 슈퍼사이클 등에 성장까지 개선되면서 인하 필요성을 지운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큰 틀에선 개방경제 소국이란 숙명이 채권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주간 단위로 달러-원 환율과 국고채 3년물 민평금리의 추이를 살펴보면 상관계수는 0.68에 달한다. (첫 번째 차트)
연합인포맥스
환율이 오를 때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상승하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인과관계까지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만 공통 요인이 두 변수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원화 약세가 언제쯤 채권시장에 효력을 다할 것인지 참가자 입장에선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 달러-원 어디를 향할까…내년 말 1,400원 전망도
환율과 관련 최근 들어선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서학개미와 국내 기관의 해외 투자 등 자금 유출 우려와 관련해선 고비를 넘겼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조심스럽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주식 투자에 따른 자금 유출 압력은 정점을 지났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차트)
씨티 등
펀더멘털 요인 측면에서 기대감도 제기된다.
국내 경제 성장세는 내수 회복과 반도체발(發) 수출 호조에 힘입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내년엔 잠재 성장세를 웃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즈호은행은 아시아 지역에서 원화가 비교 통화 대비 가장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이 내년 1분기 1,430원, 내년 말 1,40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은행은 9일 공개한 아시아 외환 보고서에서 원화가 강한 경제 성장세와 반도체 등 수출에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아시아지역의 비교 통화 대비 가장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멈춘 상황에서 연준이 인하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환율엔 긍정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통화정책은 자국 통화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오는 11일 FOMC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 회의서 금리인하 가능성은 채권시장에 87% 수준 반영돼 있다.
다만 점도표는 변수다. 점도표에 반영된 내년 인하 횟수는 2~3회 정도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 수치가 줄어들면 호키시 통화정책 전망에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강해질 여지도 있다.
FOMC
그러나 연준 의장 교체를 앞두고 채권시장이 현재 FOMC 위원들의 전망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을 가능성도 주시할 시나리오다.
국내 금리인하 기대 소멸에 채권시장의 자체 강세 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당분간 외환시장에 관심이 가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빠르게 안정된다면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효과와 올해 채우지 못한 잠재 수준의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경제부 시장팀 차장)
hwroh3@yna.co.kr
노현우
hwroh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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