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씨는 아침 출근길 커피를 사면서 '슈퍼앱'을 연다. 결제방식은 지금과 다르게 카드가 아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한다. 카드사 수수료는 사라졌고, 결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퇴근 후엔 집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인한다. 그는 주식과 펀드는 물론 토큰증권(STO) 형태로 쪼개진 부동산·미술품·해외 스타트업 지분에 투자하고 있다. 모든 거래는 슈퍼앱에서 이뤄진다. 투자 내역은 블록체인에 기록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보험과 대출도 별도의 은행 앱을 쓰지 않는다. 슈퍼앱 안에서 건강 데이터와 소비 패턴을 기반으로 맞춤형 보험료가 산출된다. 대출 심사도 자동화된 알고리즘으로 몇 분 만에 끝난다. 김씨는 더 이상 은행 창구를 찾지 않는다. 그의 금융생활은 하나의 플랫폼, 슈퍼앱 안에서 완결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이른바 '네나무(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의 출현은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한다. 지금은 결제와 가상자산이 병렬적으로 존재하지만, 수년이 지나면 이 두 영역이 융합된 새로운 금융질서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결제시장에서 먼저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카드사와 은행 등이 독점해온 결제망에 의존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가 일상화되는 때가 머지않아 찾아올 조짐이다. 네나무가 네이버페이의 생활 플랫폼과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다면 원화 기반 디지털 화폐를 실시간으로 송금·결제하는 시스템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카드 수수료라는 불필요한 비용도 없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혁신이지만, 카드사 등 금융회사 입장에선 재앙일 수 있다.
투자시장도 지금과는 결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부동산·예술품 등 전통적 자산이 토큰증권(STO) 형태로 거래되는 시대가 열린다. 네나무는 업비트의 거래 인프라와 네이버의 플랫폼 파워를 결합해 누구나 쉽게 토큰화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증권사 중심의 투자 시장을 재편하고 투자 수요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금융 소비자는 소액으로 글로벌 자산에 접근할 수 있고,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돼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한다.
금융의 슈퍼앱화도 불가피하다. 어느 시점이 되면 금융소비자는 은행 앱과 증권 앱을 따로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제·투자·보험·대출이 하나의 슈퍼앱에서 통합 제공되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것이다. 네나무는 생활 플랫폼과 금융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은 더 이상 특정기관의 독점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생활 도구가 된다.
출처:연합인포맥스 InfographiX
네나무 등장에 따른 레거시 금융사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금융사들은 핀테크 대응 수준을 넘어 치열하게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블록체인과 토큰증권 시장 등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면 투자 수요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옮겨갈 수 있다. 결제 혁신을 가속화하지 않는다면 카드사와 은행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금융사 단독 서비스로는 앞으로 경쟁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와의 제휴, 생활 플랫폼과의 결합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수 있다. 슈퍼앱의 확장에 금융 규제가 어떤 식으로든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있다. 금산분리와 가상자산 규제 등이 플랫폼 성장을 제약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기존 금융사들이 규제 논리를 앞세워 방관하다간 혁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네나무의 출현은 금융의 미래를 한참 앞당기는 중대 사건이 될 것이다. 결제시장은 탈카드화되고, 투자시장과 금융은 슈퍼앱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는 더 저렴하고, 더 투명하며, 더 편리한 금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기존 금융사에는 이런 변화 하나하나가 생존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들이 플랫폼 규제만을 얘기하고 혁신을 외면한다면 소비자와 투자자는 더 이상 레거시인 은행과 증권사를 찾지 않을 수도 있다. 플랫폼기업이 금융 주도권을 잡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지고 투자자의 권익이 보장된다면 슈퍼앱을 등에 업은 플랫폼이 곧 금융혁명일 수 있다. (금융부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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