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문 신용, 성장에 기여 못 해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은 부동산 등에 집중된 가계신용을 생산성이 있는 기업신용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장기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실장 등은 9일 내놓은 '생산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에서 "민간신용의 규모가 같더라도 그 구성에 있어 생산 부문인 기업으로 배분된 신용의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황 실장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43개 국가의 지난 1975년부터 2024년까지 민간신용과 성장의 관계를 분석했다.
민간신용은 가계신용과 기업신용으로 구성된다.
황 실장 연구에 따르면 가계신용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높아질수록 장기 성장률에 악영향을 줬다.
반면 기업신용의 경우 일정 수준까지는 경제성장을 제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황 실장은 "기업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투자와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오히려 경제성장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신용이 과도하게 확대됨에 따라 한계기업의 퇴출 지연 등으로 성장 잠재력을 저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신용이 생산성이 낮은 가계부문에 집중된 상황이다.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치를 볼 때 우리나라의 민간신용 중 기업신용의 비중은 53.4%에 그쳤지만, 43개국의 평균치는 62.5%에 달했다.
특히 민간신용의 부동산 쏠림은 심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민간신용의 49.7%가 부동산 부문에 집중됐다.
부동산 부문의 신용은 성장에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황 실장은 분석했다.
그는 "부동산 및 건설업에 대한 신용증가는 경제성장률 및 생산성 증가율과 음(-)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부동산 및 건설을 제외한 여타 부문 신용은 성장률 및 생산성 증가율을 증가시키는 데 유의미한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
그런만큼 민간, 특히 부동산에 집중된 신용을 기업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황 실장은 "신용의 흐름을 바꾸어 가계신용을 GDP 대비 10%p 축소하고 이를 기업부문으로 전환할 경우 장기 성장률이 약 0.2%p 제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 및 고생산성 기업으로 신용이 배분되는 경우 성장효과가 한층 크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황 실장은 가계신용을 기업신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강화나 비생산 부문 신용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적립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혁신 기업으로의 자금 배분을 유도하기 위해서 중소기업 대출 위험가중치를 완화하고, 초기 및 신생기업 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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