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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연의 프리즘] 컨센서스의 시대는 끝났다

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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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마지막 FOMC가 끝났다. 전 세계가 지켜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마지막 금리 결정은 예상대로 25bp 인하였다.

인하냐, 동결이냐도 궁금했지만, 사실 시장의 관심은 그보다 소수의견이 얼마나 나올 것이냐, 캐스팅보트를 쥔 제롬 파월 의장의 고민과 레임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느냐에 있었다.

이번 FOMC는 셧다운으로 인해 주요 지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특히 12명의 투표권자 중 7대 5 구도로, 내부 분열이 갈수록 선명해지는 상황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차기 의장으로 지명한다면 대결 구도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연준 컨센서스의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0월 말 연준의 25bp 금리 인하에 두 명이 반대했다. 한명은 금리 동결을 주장했고, 다른 한명은 더 큰 폭의 금리 인하, '빅컷'을 원했다.

이번 12월 회의 결과 소수의견은 3명이었다. 동결이 두 명으로 늘었고, 빅컷도 여전히 한 명 있었다. 내년 금리 전망을 두고는 견해차가 더 커져 연준이 극심하게 분열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반대 의견이 다수 나온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FOMC 결과를 매파적 인하로 반응하자,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FOMC 누구도 다음이 금리 인상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시장을 달랬다.

하반기 들어 분열이 표면화되기 시작했지만, 일반적으로 연준은 만장일치로 금리를 결정해왔다. 이른바 '컨센서스'는 언젠가부터 연준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컨센서스 확립에 노력을 벌인 이는 벤 버냉키 전 의장이고, 재닛 옐런 의장 역시 힘썼다.

의장으로서 파월도 컨센서스 시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사실 다른 어떤 의장보다 컨센서스에 유리한 조건에서 금리를 결정해왔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리세션 시기, 모두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초저금리에 이르렀다. 경제가 차츰 회복하자 2022년에는 40년 만에 가장 빠른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빅스텝'을 가야 한다는 데 이견을 낼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밀어붙이는 관세로 인해 더는 컨센서스가 어려워졌다. 연준의 2대 책무인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중 어디다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완전히 의견이 갈린다. 한쪽에서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으니 물가를 억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보지만, 다른 쪽은 약해지는 고용 시장을 우선시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일단 이번 회의에서 양쪽 모두 물가와 고용 지표를 보지 못했지만, 회의 이후 밀렸던 지표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 투표권자들 가운데 트럼프 정권 들어 정당 노선을 따르는 인물들도 늘어나 '정치색'이라는 변수도 더해졌다. 트럼프는 연일 연준을 압박하고 파월 의장이 정해진 임기 내년 5월을 지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어쨌든 8년이라는 길었던 파월의 연준 의장 생활도 마침표를 향해 간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제16대 연준 의장으로 파월을 지명했고 상원 인준을 거쳐 2018년 2월부터 첫 임기를 시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파월 의장을 재지명해 2022년 5월 두 번째 3년 임기에 들어섰다.

2011년 연준 이사로 복귀한 것까지 합치면 거의 15년을 연준과 함께했다. 경제학 박사가 아닌 변호사 출신, 40대에 재무부 차관에 올랐다 사모펀드까지 경험했던 그는 회사채, 금융 전문가답게 전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팬데믹을 겪어냈다. 초기에는 파월 특유의 돌려 말하지 않는 성격 탓에 '오럴 리스크'를 지적하기도 했으나 시장에 안도와 경고를 번갈아 주며 '파월풋'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파월의 시대'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막을 내린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게 있었다. 15분 거리에 있는 IMF, 세계은행, 미국 재무부를 중심으로 경제 정책 틀을 만들어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개도국들에 권고 아닌 사실상 강요하는 기준점으로 활용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에 구조조정 조건을 내걸어 차관을 제공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한때 경제 질서를 바꿨지만 'One Size Fits All'이라는 문제에 부닥쳤다. 각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채 동일한 정책을 펴는 방식이 때로는 해당 국가의 실정에 맞지 않아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2000년대 이후 포스트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개념을 제시했지만, 중국의 부상 등으로 이 포스트 컨센서스도 작동하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면 컨센서스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현상을 보는 눈, 서로 다른 위험을 읽는 촉각이 금리 결정이라는 단일한 지점에서 충돌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컨센서스 분열이 더 좋은 결론을 향한 숙성의 과정이라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시장이 길을 잃지 않도록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앙은행의 임무다. 점도표를 활용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증권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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