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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업맞춤형' 규제완화, 생존전략인가 특혜인가

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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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메모리 초격차를 강화하고 로직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종합 대책을 내놨다.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반도체 산업을 진흥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논쟁은 방향이 아니라 방법에서 터진다.

문제가 된 대목은 일각에서 'SK 맞춤형'이라고 지적하는 규제 완화다.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100%에서 50%로 낮추고, 금융리스업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금산분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말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앞장서 단일 기업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자금을 유연하게 유치할 수 있게 해달라며 규제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000660]가 자회사(증손회사)를 두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다른 투자자와의 합작법인(JV) 설립이 막힌 구조다. 지분율 규제가 완화되면 SK하이닉스는 증손회사 지분을 50%만 보유하고 나머지를 국민성장펀드 등 외부 투자자로 채울 수 있다.

또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사에 금지돼 온 금융리스업이 허용되면 금융리스 전담 증손회사가 공장을 지어 SK하이닉스에 임대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대규모 시설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규제 완화에 대한 찬성론은 이렇다.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AI 투자의 파도에 한국도 올라타야 한다. 지금처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만 손해다. 반도체 같은 장치산업은 필연적으로 대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SK가 잘 되고 한국 반도체가 잘 되면 결국 그 과실은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다. 낡은 규제 탓에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력 집중이 심화해 재벌 주도 경제가 공고해질 것이다.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이익잉여금 활용·차입·증자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순리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로 흘러갈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건드리지 않기 위한 특혜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SK하이닉스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정공법 대신 정부에 규제 완화를 먼저 요청했다는 점을 석연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시가총액 400조원을 웃도는 SK하이닉스는 단순 계산으로 신주를 10%만 발행해도 40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유상증자를 먼저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모회사 SK스퀘어[402340]의 지분율이다.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07%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가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지분율 요건인 20%(현재 30%지만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때 예외 인정)를 맞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넣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가 본질적으로 '사이클 산업'이라는 사실도 빠질 수 없다. 호황기마다 사람들은 "이번엔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정말 달랐던 적은 많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불과 2년 전 7조7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규제까지 풀어 대규모 투자를 떠받칠 때, 그 리스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감당하게 되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공정거래법의 규제가 신성불가침은 아니다. 국민이 동의하면 헌법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사회, 어떤 경제 질서를 원하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산업부 김학성 기자)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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