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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현실 들여다본 한은…"고령층 84% 거부에도 16.7%만 실행"

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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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65세 이상 고령층의 대부분이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실제 임종기에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매우 낮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제하의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84.1%의 고령층이 연명의료를 거부했지만, 실제 이행된 비율은 16.7%에 그쳤다.

의향 조사 결과와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구조적 괴리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수가 300만명을 넘어서며 꾸준히 증가했지만, 실제로 해당 의료를 받은 고령 사망자의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

2013년 55%였던 연명의료 시술 경험 비율은 2023년 67%로 올랐다. 연명의료 시행기간도 평균 21일에 달했다.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뜻을 확인하고 이행하는 절차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환자가 의사를 직접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가족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가족간 의견 불일치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암 사망자 가족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유가족의 20%가 갈등을 경험했다.

임종기 판정이 어려운 점도 핵심 제약이다.

현행법은 '임종기'를 연명의료 중단 가능 시점으로 규정하지만 의학적으로 임종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중단 결정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2023년 연명의료 중단 사례 3만여 건 중 40%가 임종 직전 일주일 이내에 결정됐고, 이들은 한달 동안 평균 6.8개의 시술을 받았다.

제도 이용을 위한 인프라도 충분치 않다.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가 필수지만 설치 기관은 대부분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에 집중돼 있다. 지방 중소병원, 요양병원은 제도를 사실상 활용하기 어렵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경로 또한 종합병원, 보건소, 건보공단 지사 등으로 제한돼 있다. 직접 방문이 원칙이어서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직장인의 접근이 쉽지 않다.

연명의료 시술이 실제로 의료적 이득 없이 고통만 연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연명의료 고통지수'에 따르면 환자가 겪는 신체적 고통은 단일 시술 최고 통증 대비 3.5배 수준이었고, 고강도 시술이 집중된 상위 20% 환자군은 12.7배에 달했다.

경제적 부담도 크다.

임종 전 1년간 발생한 본인부담 의료비는 2013년 547만원에서 2023년 1천88만원으로 10년간 두배 넘게 늘었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 소득의 약 40%에 해당한다.

연명의료 중단 이후 돌봄 전환도 쉽지 않다.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전국 103곳에 불과하고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일반 국민의 호스피스 이용 희망률은 91%지만 실제 암 사망자의 이용률은 23%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약 70%가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환자의 선호가 의료현장에서 구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국민 정보 제공 강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시술별 선택 구조 도입,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접근성 개선, 호스피스·완화의료 확충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연명의료를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개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생애말기를 설계하고 그 결정이 존중받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제도 개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말기 의료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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