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에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지만, 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의 후보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면담한 바로 그날 내년 단 한 차례의 금리 인하만을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준의 세 번째 연속 0.25%포인트 인하조차 "너무 적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주 초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명하는 연준 의장은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전적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연준 의장이 금리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릴 수 없는데다 2026년 경제 전망과 중앙은행 내 금리 결정 권한을 가진 위원회가 보여주는 뚜렷한 이견을 고려하면 내년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대부분의 생각이다.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는 5월에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내년 초" 후임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전 이사를 면담한 것은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의장 단독으로 금리 움직일 권한 없어
CNN은 "연준 의장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자리지만 연방준비법이 정한 바에 따르면 금리를 단독으로 움직일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는 12명 규모의 위원회가 결정한다. 여기에는 의장을 포함해 모든 구성원이 1표씩 갖고 있다.
전 연준 이사회 고문 빌 잉글리시는 "의장이 회의 의제를 조율하긴 하지만, 결국 자신이 선호하는 정책 방향에 동조하도록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의장의 역할"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그게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FOMC는 대통령이 임명한 7명의 이사, 뉴욕 연은 총재, 그리고 12개 지역 연은 중 4명의 지역 총재(매년 순환 투표권)로 구성된다.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이 구조가 연준을 정치로부터 보호하는 핵심 장치라고 본다. 연준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보고하는 독립 기관이기 때문이다.
코메리카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물을 의장으로 임명한다고 해도, 연준의 구조상 통화정책 변화 폭은 선거 정치만큼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대규모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
연준은 늘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수치만 놓고 보면 대규모 인하를 설득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에겐 큰 장애물인 셈이다.
연준은 보통 노동시장이 약화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낮아지거나,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날 때 금리를 낮춘다. 지금 연준의 초점은 경기부양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있다.
연준의 최신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실업률은 4.4% 수준에서 안정되고, 물가는 2% 목표를 뚜렷하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6년의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도 9월보다 크게 상향 조정됐다.
이는 연준이 현재 경제를 추가 부양이 필요한 상태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내년 경제의 기본 시나리오는 견조한 성장"이라며, 올해 초 통과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지출 법안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그 이유로 들었다.
여러 연준 인사들도 내년에 큰 폭의 금리 인하는 필요 없으며, 성급한 인하가 2022년의 40년 만의 고인플레이션을 잡아 온 진전을 되돌릴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FOMC에서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세 번째 연속 금리 인하에 반대표를 행사했고,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또한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경제전망에서도 6명의 정책위원은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이번 인하 전 수준인 3.75∼4% 범위에 머물러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내년에 투표권을 갖게 될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에 우려를 표해, 차기 의장이 더 많은 인하를 추진해도 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작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엘런 젠트너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파월 의장이 추가 조치의 기준을 더 높여놓았다"고 분석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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