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지난 3월 대전 코레일 본사에 기자들을 초청해 놓고 "5조원 이상 재원이 예상되는 KTX 교체사업 시한이 2년 앞으로 다가와 14년째 동결된 철도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호소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
당시 코레일의 자료를 받아보니 심각한 재무 상황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기요금이 최근 4년간 50% 상승했지만 코레일의 요금은 2011년 이후로 동결됐고, 누적 부채는 21조원에 달해 하루 평균 11억원의 이자를 지출하고 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결론은 KTX 요금을 17%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논리적으로 반박이 어려운 숫자였지만 당시 국토교통부는 산하 기관이 민감한 교통 요금 인상 문제를 거론한 것이 괘씸했는지 "KTX 운임 인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코레일의 주장을 묵살해버렸다.
그랬던 코레일이 KTX와 SRT의 통합 로드맵 발표일인 지난 8일 돌연 '통합하면 요금을 10% 인하할 수 있다'는 생뚱맞은 주장을 내놨다.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코레일의 사정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인하가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0일 국회에 출석해 "코레일과 SR이 통합할 경우에 거기에 생긴 효율성을 고려해 볼 때 운임을 낮출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는 이야기"라는 애매한 답변만 내놨다.
'효율성의 향상'은 생산성의 증가를 의미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비용 감축을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코레일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주장하는 효율성 향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역시나 KTX 마일리지 폐지안, 코레일과 SR의 연간 중복비용 406억원의 감축 등 비용을 절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때의 406억원은 SR 직원들의 인건비도 포함된 숫자다.
코레일의 재무 상황을 볼 때 이 정도 비용 감축으로 10%의 요금 인하가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감축은 SR의 인사·직급·보수 등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국토부의 통합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조차 코레일의 요금 인하 주장에 대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실정이다.
코레일이 현재의 경쟁 체제가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SR에 반박하고 싶었다면 고질적인 'SRT 예매 대란' 상황을 지적하고 KTX의 수서역 배치처럼 실제로 고객 편의를 증대시키는 통합안 내용을 강조했어도 충분했다는 생각이다.
코레일이 굳이 무리수를 던져 계산이 나오지 않는 요금 10% 인하안을 들고나와 스스로 손발을 묶고, 통합 이후 누구의 원망을 들을지 모르는 일을 자초하지 않았나 걱정스럽다. (산업부 한종화 기자)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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