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달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이 답하지 않은 질문이 있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인공지능(AI) 협력을 함께 하자는 말을 꺼냈을 때, 마하 국왕은 다른 협력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제안에 대해서만은 즉답을 피했다. 외교적인 결례로 볼 장면까지는 아니었지만, 그의 침묵에선 AI를 대하는 한 국가 수장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 침묵은 AI 종속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나라가 AI를 위한 연대를 맺는다. 그 연대는 협력이라는 말로 먼저 포장되지만, 그 속뜻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서로 맞잡은 악수 너머에는 이 말이 생략돼 있다. "너희 데이터는 내 서버로, 너희의 연산은 내 GPU로, 너희의 규칙은 내 알고리즘으로" 마하 국왕이 시 주석의 제안을 반갑게만 여길 수 없었던 것은, 지금의 제안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훗날 국가의 미래 결정권을 좌우할 일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달 초, 영국 언론기관 토터스미디어와 옵서버가 세계 93개국의 AI 역량과 경쟁력을 분석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5' 평가에서 중국은 2위를 차지했다. 1위 미국의 지위에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중국과의 격차는 매년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싱가포르와 영국은 지난해와 변함없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며 근소한 경쟁을 이어갔다.
한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토터스미디어는 "한국은 UAE와 함께 AI 분야 급속한 성장을 주도하는 아시아국가 중 하나"라며 우리나라의 빠른 성장을 주목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이 같은 꾸준한 상승세를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AI 3강'을 향한 이재명 정부의 외침이 생각보다 더 빨리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이 대통령을 만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공개되지 않은 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ASI)에 대한 접근 권한은 기본 인권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똑똑해질 권리가 있다. 그래야 개인, 가족, 국가를 보호할 수 있다"
손 회장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언급하며 연신 "스마트하다, 존경한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엔 단순한 덕담을 넘어 정부가 일찌감치 추진해온 'AI 기본사회'에 대한 인정과 지지가 담겨 있다는 게 대통령실 사람들의 이야기다.
AI를 거부할 자유는 사라지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만 남은 시대. 손 회장의 말은 AI 시대를 대하는 철학, 이상의 경고였다. 더 이상 AI는 있으면 좋은 기술이 아니라 없으면 인간의 기회가 구조적으로 봉쇄되는 인프라가 됐다는 얘기다. 밥벌이, 의료, 행정, 군사, 금융 그 모든 게 AI 접근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격차가 된 셈이다. 새로운 양극화다.
태국 국왕의 침묵이 다시 떠오른다. 단순한 기술 제안이 아니라 국가의 주권 포기를 전제로 하는 제안임을 알았기에 그는 잠시 말을 멈췄는지도 모른다. 협력은 늘 평등의 언어로 시작하지만, 플랫폼의 세계에서 평등은 늘 허구로 끝난다.
AI가 인권이 됐다는 말은, 이제 AI 없이 살아가는 선택지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어쩌면 지금 세계는 두 부류로 갈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AI를 '도구'로 붙잡고 있는 나라와 AI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AI를 대하는 정책 의지의 출발점을 묻는 말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AI를 '쓰는' 나라가 아니라 '갖는' 나라가 돼야 한다" (경제부 정치팀 정지서 기자)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2025.1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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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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