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6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관련 사후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1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세종=연합인포맥스) 내년 1월 2일부터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2008년 2월 출범한 '공룡부처' 기재부가 1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기재부가 둘로 쪼개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돼 상호견제 기능이 상실됐다는 게 기재부 해체의 명분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호통을 친 일화는 기재부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한다"고 지적한 것도 기재부의 과도한 힘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기재부를 향한 외부의 비판이 거셌던 만큼 그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특히 예산편성권을 잃고 국내 금융정책 기능 흡수가 무산된 상황에서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재경부 입장에선 이번 조직 개편이 성찰의 계기가 됐다는 시각이 많다.
다행스러운 것은 조직 개편 과정에서 강한 불만을 표출한 일선 사무관뿐만 아니라 고위 간부들도 앞으로 재경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재경부가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이려면 세제·외환·국고 같은 고유의 업무에서 더 나아가 경제정책 총괄·조정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 9월 정부 조직 개편안이 공개되자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이럴 거면 차관보실을 없애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경부의 운명은 경제정책 총괄·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차관보실이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재경부가 기획처 분리를 앞두고 2차관·6실장 체제로 직제를 개편하면서 기존 차관보실 산하에 있는 정책조정국에 전략산업국(신설)을 더해 혁신성장실을 새롭게 꾸린 것도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차관보실에는 물가·고용 등 현안을 챙기는 민생경제국을 신설해 민생 중심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조직도 마련했다.
물론 실국 몇 개를 더 만든다고 재경부의 위상이 저절로 올라갈 거라고 믿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신설된 부서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결국 재경부가 경제부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 사령탑을 계속 맡을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직접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구 부총리가 금융위원장, 기획처 장관과 '3자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구 부총리는 지난 11일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기획처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금융위원장, 기획처 장관과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수시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정책을 조율하는 점검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현안 이슈는 발생하는 즉시 관계부처와 회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3자 협의체는 한때 'F4 회의'라 불렸던 시장상황점검회의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구 부총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격주로 만나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3자 협의체는 일단 월 1회 열릴 예정이다.
과거 F4 회의가 레고랜드 사태, 비상계엄 등 위기 때마다 경제·통화·금융당국 간 소통 창구이자 정책 공조의 구심점이 됐던 것처럼 3자 협의체를 경제·금융부처 간 실시간 대응 플랫폼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 재경부가 예산·금융 기능 없이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경제부 차장)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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