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600조 투자" 외친 날 SK온은 포드 JV 종결 결정
AI 붐·전기차 성장 둔화에 2년 만에 명암 엇갈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SK그룹의 '양대 성장엔진'인 반도체와 배터리의 희비가 2년 만에 극적으로 엇갈렸다. 2023년 메모리 불황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000660]는 연일 실적 신기록을 경신하며 향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고, 한때 기대를 모았던 SK온은 몸집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중·단기적으로 두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은 작은 만큼 이러한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15일 업계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반도체 육성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원 투자를 단계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라며 "팹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1.5배 이상 키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공격적인 증설을 예고했다.
같은 날 SK온과 미국 완성차 제조사 포드가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세운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이사회를 열어 합작 관계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켄터키 공장은 포드가 각각 운영하기로 했다.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개화를 예상하며 3년 전 단행한 베팅이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음이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불과 2년 만에 SK그룹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배터리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2023년 메모리 업황이 급격하게 꺾이며 2022년 4분기~2023년 3분기 12개월 동안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신용평가사들은 SK하이닉스의 재무여력이 소진되고 있다며 경고등을 울렸고, 임직원 사이의 위기감도 높았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공개한 챗봇 챗GPT가 반전의 씨앗을 뿌렸다. AI가 전 세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투자 전쟁'을 촉발했다. AI 모델을 만들고 강화하려고 혈안이 된 빅테크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칩을 되는대로 사들였다.
2023년 1분기 3조4천억원 적자로 바닥을 찍었던 SK하이닉스 실적은 2년 반 만인 올해 3분기 11조4천억원 흑자가 됐다. 롤러코스터를 탄 시기였다.
[출처: SK온]
이 기간 SK그룹의 배터리 부문은 반도체와 정반대 흐름을 탔다. 2022~2023년만 해도 배터리는 '그룹의 미래'였다. 대형 증설 프로젝트가 속속 발표됐고, 외부 자금조달도 원활했다. 당시 SK온은 총 4조8천억원의 투자(모회사 SK이노베이션[096770] 2조원 포함)를 유치하면서 "당초 목표를 20%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나타나며 압박이 커졌다. 공장은 크게 지었지만, 가동률이 올라오지 못하면서 적자가 쌓였다.
결국 SK온은 재무적 투자자(FI)와 약속한 기한 내에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자 계열사 합병 등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투자금을 전액 상환했다.
SK온은 지난달 중국 EVE에너지 합작법인에 이어 최근 미국 포드 합작법인도 종결을 결정하면서 다운사이징과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9월 발표한 SK그룹 분석 보고서에서 "SK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AI 산업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그룹 전반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배터리 부문은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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