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장 중요한 정책 결정으로 기준금리 인하보다 국채 매입 재개가 주목받았다. 연준은 이를 양적완화(QE)가 아닌 일반적인 시장 관리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월가에서는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공모한 것이란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급준비금 확충을 위한 재정증권(T-bills, 만기 1년 이하 국채)을 매입하는 '지준 관리 매입'(reserve management purchases, RMP) 정책을 발표했다. RMP는 12일부터 대략 400억달러 규모로 시작되며, 필요할 경우 잔존만기가 3년인 국채로까지 매입 대상은 확대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RMP가 4월 15일 세금 납부 시기를 앞두고 단기 유동성 경색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납세자들이 정부에 세금을 납부할 때 납세자들의 수표는 금융 시스템에서 빠져나간다.
MUFG증권의 조지 곤칼베스 미국 거시 전략 헤드는 "4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연준은 일시적 혼란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인 스탠딩 레포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이번에 RMP를 발표하면서 스탠딩 레포의 5천억달러 한도를 폐지했다.
곤칼베스 헤드는 "연준은 매달 약 600억 달러의 재정증권을 매입할 것이고, 여기에는 2조 달러 규모의 정부기관 모기지 담보 증권 보유액의 월별 상환금을 재투자하는 금액이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연준은 단기 국채(short-term notes)로 매입 범위를 확대할 것이고, 시장에서 상당한 양의 채권이 소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서치 기관 스트라테가스는 "연간 2천400억 달러에서 3천억 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재정증권 수요는 재무부의 단기 채권 발행액 가운데 60~75%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서 "재무부의 부채 관리자들이 총 차입액에서 재정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22%에서 30%로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연준의 재정증권 매입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무부의 차입 규모에서 재정증권 비중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중기 및 장기 채권의 입찰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뜻이다.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RMP는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사실상 합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통화 정책과 정부 부채 관리를 분리하기로 한 1951년 양 기간 관의 합의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연준 정책의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가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정 우위는 한 나라의 통화정책이 중앙은행의 목표보다는 정부의 재정정책 목표에 지배되거나 종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RMP는 새로운 차원의 금융 억압"이라고 진단했다.
금융 억압이란 주로 정부가 저금리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국가 부채의 실질 가치를 낮추는 정책을 의미한다.
BofA는 "연준은 이것이 양적완화(QE)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술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역할과도 같은 게 QE와 RMP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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