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으로 떠오른 '프로세스 레터'
"매도인 재량대로 매각절차 변경 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서 우선협상 지위를 놓친 흥국생명이 매각 절차를 문제 삼으며 매도인 측을 고소한 가운데 매각 자문사는 안내서대로 절차를 진행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인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흥국생명의 고소와 관련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시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 절차가 시작되기 전 매도인과 자문사, 원매자가 이른바 '프로세스 레터'를 공유했고 서로 동의했다는 이유에서다.
M&A 절차 안내서인 프로세스 레터에는 거래진행 방식과 매도인의 권한 등이 내용으로 담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안내서에 '매도인이 매각 절차를 변경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매도인이 재량에 따라 절차 변경을 결정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A 시작 전에는 늘 프로세스 레터에 사인을 한다"며 "공평성과 예측가능성 등을 보장하고자 절차상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안내서에 따라 파는 사람이 매각 절차를 바꿀 수 있다"며 "파는 사람은 누구랑도 이야기할 수 있고, 들어오는 모든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11일 매각 측이 '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알린 뒤 이러한 딜 방식을 진행했다며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지스운용의 최대주주 손모 씨와 주주대표 김모 씨를 비롯해 매각 주관사 관계자 등 5명을 공정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흥국생명 측은 원매자로서 속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이지스운용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서 1조500억 원의 최고가를 제시했다. 입찰 경쟁자인 싱가포르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와 한화생명의 입찰가인 9천억 원대를 웃도는 규모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힐하우스가 1조1천억 원으로 가격을 올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흥국생명은 매각 자문사가 흥국생명의 입찰가를 힐하우스 측에 전달했고, 더 높은 가격을 써내라고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입찰 후에도 원매자가 추가로 가격을 제시하는 프로그레시브 딜이 진행됐다는 게 흥국생명의 주장이다.
쟁점인 '프로세스 레터'와 관련해서는 "(매도인 측) 재량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반박했다. 이 안내서상 매도인에게 절차 변경에 대한 재량이 있는 게 사실이나 '거짓말'은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게 흥국생명의 지적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매도인 측은 처음부터 프로그래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흥국생명이)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게 한 다음 이를 이용해 경쟁상대방에게 더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게 했다면 명백히 거짓말로 인수가를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레시브 딜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처음부터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어 흥국생명 관계자는 "(거짓말로 인수가를 높인 것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흥국생명의 입장"이라고 했다.
흥국생명이 고소장을 제출했기에 앞으로는 이지스운용 M&A와 관련해 경찰 측의 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내서에 적힌 내용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매각 측이 처음에는 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이후 안내서상 재량대로 절차를 변경했을 뿐이라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원매자 입장에선 의도적인 거짓말을 의심할 수는 있는 대목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측은 이번 매각 절차가 통상적인 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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