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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美정부 2.8조 유상증자, '주주충실' 상법 통과할까

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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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JV→고려아연 출자 이례적 구조…영풍·MBK 반발

'경영상 목적' 폭넓게 인정해 온 법원 판단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해외 합작법인(JV)을 상대로 약 2조8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미국 현지 제련소 투자와 연계했지만, 실질은 최윤범 회장이 영풍[000670]·MBK파트너스와 지배권 경쟁을 벌이면서 꺼낸 카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는 가처분 등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7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도입된 상황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

[출처: 고려아연]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현지에 10조원을 투자해 전략광물 제련소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이한 것은 자금 흐름이다. 먼저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기관, 전략적 투자자(SI) 등이 출자해 미국에 합작법인을 세운다. 이후 합작법인이 역으로 고려아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0.3%를 취득한다. 고려아연은 합작법인에서 유입된 대금을 다시 별도로 신설하는 미국 현지법인에 투자해 사업을 추진한다.

고려아연의 이 같은 결정이 '주주 충실' 상법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정·시행된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했다. 또 이사의 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와 전체주주 이익 공평 대우 의무를 신설했다.

경쟁 상대방인 영풍은 고려아연의 이날 결정에 대해 "이사회의 배임 우려는 물론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재무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내부에 유보한 이익잉여금이나 차입금보다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의 자본비용이 더 비싸다. 고려아연의 국내 신용등급은 올해 한 단계 내려가긴 했지만 'AA'로 여전히 우량한 수준이다.

저렴한 조달 방법을 배제하고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지가 관심사다.

고려아연이 합작법인에 자금을 출자하고, 그 합작법인이 다시 고려아연에 자금을 대는 이례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고려아연의 정관 때문으로 풀이됐다.

고려아연은 정관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상을 '외국의 합작법인'으로 제한한다. 이에 근거해 법원은 올해 6월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의 5천300억원 규모 고려아연 신주 취득을 무효로 판결하면서 고려아연이 HMG글로벌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정관을 위반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문제 되는 회사가 합작법인이 맞는지, 합작법인이 맞는다면 정관의 취지에 비춰볼 때 정관을 남용한 것이 아닌지가 관건"이라며 "정관 위반 여부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주주 충실의무를 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합작법인 판단 기준은 특정 주주의 거부권 유무 등 의사결정 구조에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법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사안에서 경영상 목적을 폭넓게 인정해왔다. 7월 상법 개정 이후 제기된 태광산업[003240] 교환사채(EB) 발행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주식회사에서 자금조달 필요성의 판단, 수단의 선택, 시기 및 규모 결정 등은 모두 이사회의 경영 판단에 속하므로 그 방식이 법령 및 정관에 부합하는 한 가급적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변호사는 "기존 판례에서도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유상증자의 동기를 봤는데, 이번에는 더 명확한 사안 같다"며 "교환사채 발행과 달리 신주 발행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명확히 있어 (원고 측이) 보다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외국 정부의 국내 전략산업체 지분 취득이라는 이례적 상황에서 정부나 법원이 경각심을 갖고 회사나 전체주주의 이익에 대해 엄격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영풍·MBK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일정에도 변동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재 영풍·MBK가 최윤범 회장 측에 앞선 지분율 구도를 감안할 때 내년 정기주주총회가 끝나면 영풍·MBK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유상증자 이후 지분율은 영풍·MBK와 최윤범 회장 측이 40% 안팎으로 대등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부터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사를 선임한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 한때 전장 대비 26.09% 급등했다가 장 마감 시 4.87%로 상승 폭을 줄였다.

15일 고려아연 주가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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