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형 적립금 지난해 말 사상 처음 100조 돌파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퇴직연금 시장의 '기본값'으로 여겨졌던 확정급여(DB)형 적립금 비중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의 무게 중심이 기업에서 개인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확인된 분기점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퇴직연금 적립액이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늘어난 적립액보다 놀라운 건 구성 유형이다. 총 적립금액 중 DB형의 비중이 50%를 밑돌았다.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구체적으로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 26.8%,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23.1%를 차지했다.
DB형의 비중 축소는 적립금 감소보다는 개인 책임형 연금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 데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DB형 적립금은 214조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4.5% 늘었다.
반면 DC형과 IRP 비중은 각각 0.9%포인트, 3.1%포인트 늘었다. IRP는 증가율과 구성비뿐 아니라 절대 금액만 놓고 봤을 때도 가장 많이 늘었다. 개인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99조5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조원 넘게 증가했다.
개인형 퇴직연금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DC형 역시 적립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동시에 DC형 적립금은 지난해 말 115조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2023년 말에는 98조원에 그쳤던 규모다.
업계에서는 DB형 축소와 개인형 연금 확대를 구조적인 흐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단순히 개인의 선호도가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선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약화하면서 근로자의 이직이 늘고 있다. 과거 장기근속을 전제로 설계된 연금 구조는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회계 기준상 부채로 인식되는 DB형에 대한 부담이 크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연봉제와 임금피크제 확산으로 근속 연수에 따른 프리미엄은 축소되는 추세다. 실질임금 상승세도 둔화됐다. 연봉제 사업장 비중은 2005년 63%에서 지난해 79%로 높아졌고,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사업장 비중 역시 18.5%에서 51%로 확대됐다. 실질임금 상승률도 2000년대 평균 2.3%에서 최근 5년 평균 0.3%까지 낮아졌다.
여기에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DC형의 방치 문제가 완화되면서 개인 책임형 연금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되면서, 관련 상품을 100% 편입할 수 있게됐다. 지난해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운용 서비스도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이규성 선임연구원은 "2015년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으로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돼, 레버리지 및 파생상품 투자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적격TDF와 디폴트옵션의 도입으로 위험자산을 최대 100%까지 편입할 수 있도록 체계가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금융상품 선택 폭과 글로벌 투자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가입자들은 원리금보장형 중심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전히 총 적립금액의 운용 방식을 따졌을 때는 원리금보장형(74.6%)이 가장 많지만, 실적배당형도 17.5%까지 올라왔다. 퇴직연금 유형에 대한 선택이 DC형으로 옮겨가면서 생긴 변화다. IRP와 DC형에서 실적배당형의 비중은 각각 33.4%, 23.5%이다. 특히 금융권역별로 살펴보면, 증권이 34.5%로 그 비중이 가장 크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전체 사업자 중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한국투자증권의 연간 수익률은 적극투자형 32.83%, 중립투자형 18.19%다.
[출처 : 국가데이터처]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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