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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배구조 개혁①] 무소불위 권한에 책임은 없다…제왕적 권력

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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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금융지주 경영승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또다시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속되는 개선 노력에도 현직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을 시도할 때마다 이사회에 이른바 '참호'를 구축해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논란은 멈추지 않았다. 연합인포맥스는 금융지주 이사회 내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독립성과 투명성을 갖춘 기업 지배구조 체계를 갖추었는지 정밀 분석하고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 및 금융권 이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금융지주사는 오너가 없다.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경영과 관련한 모든 사안은 온전히 회장에게 달려 있다. 은행·보험·증권 등 10여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임원 수백명의 인사권을 쥐고 경영 전반의 모든 사항을 결정하는 권한이 결국 '권력'이 된다.

2000년대 설립된 4대 금융지주의 역대 회장들은 대부분 제왕적 리더십으로 군림하다 '2인자'와의 권력다툼으로 이른바 '사태'를 일으키거나, 갖은 암투에 자리를 지키려다 상처뿐인 영광만 안고 물러났다.

금융당국이 때로는 연임을 직간접적으로 막기도 하고, 수장이 직접 나서 강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이사회 견제 장치도 만들고 체계적으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하도록 유도했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관치 논란이 불거지며 금융지주 지배구조는 혼탁함을 벗지 못했다.

◇금융지주 20년 역사에 권력다툼 오점 '수두룩'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시행된 이듬해인 2001년 국내 1호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했다. 같은 해 9월 신한금융이 지주회사 설립을 선언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전환했고 2005년 하나금융, 2008년 KB금융, 2015년 NH농협금융까지 지금의 5대 금융지주 체제가 갖춰졌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는 '4대 천왕' 시절께부터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학연 등으로 엮인 인물들이 산은·KB·하나·우리금융 회장을 싹쓸이했고, 신한금융을 포함한 회장들이 당시 금융지주사법에 회장 연임 제한이 없다는 맹점을 이용해 3연임, 4연임을 시도한다.

신한금융은 2010년까지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한 라응찬 회장 아래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행장은 뒤를 받치는 구조였다. 그 해 말 터진 '신한 사태'는 이 행장이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는데, 당시 이사회와 사외이사의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허술한 지배구조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게 됐다.

2014년 발생한 'KB사태'도 사건의 발단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였지만 임영록 당시 회장이 작업에 개입하며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두 수장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 당국의 제재로 물러나면서 조직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제왕적 CEO에 의한 권력 독점과 이에 따른 지배구조 문제는 5대 금융지주를 돌아가며 불거졌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이 10년(4연임) 재임 시대를 열고,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2014년 취임 후 9년째 회장직을 맡을 때에도 금융당국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등을 감시하고 때로는 제어했지만 이들은 보란 듯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회장과 한 배 탄 사외이사…얼마나 좋길래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과 '황제경영'이 가능한 배경에는 이사회가 있다.

금융지주 회장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뽑는다. 5~8명 남짓 되는 사외이사들이 회장의 자격 등을 평가해 선임하고 연임을 결정하는 구조다.

문제는 사외이사를 사실상 회장이 선택한다는 데 있다. 이사회 사무국에서 헤드헌터 등을 통해 추천받고 검증을 하지만, 회장의 마지막 선택을 거쳐 결정된다. 때로는 회장이 직접 추천해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임기는 평균 5년 이상이다. 때로는 9년 가까이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 현 회장의 임기가 3년 주기로 결정된다고 볼 때 연임, 최대 2·3연임까지 같은 사외이사가 결정한다는 말이다.

회장이 자신의 인맥을 이사회에 대거 포진시켜 연임이나 후계 구도를 유리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회장이 직접 회추위에 포함돼 스스로 연임에 표를 던지기도 했다.

지주 회장이 이사회에 우호세력을 앉혀 권력을 연장하면, 연임의 표를 던져준 사외이사들도 보상이 따른다.

4대 금융이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사외이사 31명의 평균 보수는 7천960만원이었다. 이사회 의장들은 1억원 안팎의 보수를 챙겼다.

사외이사들은 기본급 이외에도 이사회 및 소속 위원회 회의가 열릴 때마다 100만원가량을 추가로 받는다. 시급으로 따지면 20만원 안팎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이 작년 십여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상정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경영활동을 견제·감시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사실상 회장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전혀 토를 달지 않았다는 뜻이다.

◇곪았다 터지는 지배구조 허점…처방 강화해도 반복

권력 중심으로 똘똘 뭉친 허술한 지배구조는 결국 화를 불러온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어 회장의 나이를 제한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법과 제도를 도입해 투명한 경영승계 작업이 이뤄지도록 했음에도 여실없이 제왕적 권력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작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이 그렇다. 우리은행이 4년여에 걸쳐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600억원대의 대출을 실행했는데, 이 중 350억원가량이 특혜성 부적정 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부당대출 사건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사례로 규명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캐피탈 등 타 계열사에도 조건이 안 되는 대출을 '회장 지시'라는 이유로 내주고, 회장 친인척 회사를 봐줬다. 우리은행 퇴직자가 이 회사에 취업해 은행에 줄을 대는 금융의 사조직화다.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은 내부 핵심 인사들이 상당 부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지주와 은행 다수 사외이사는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비교적 최근에야 인지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사회가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지배구조상 큰 문제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번 사태나 사고가 있을 때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회장의 '제왕적 권한'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면서 "무엇보다 회장이 이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믿음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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