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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성의 다른시각] 4년 주기설과 채권시장의 역습

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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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다수의 기관은 2025년에 유망한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꼽았다. 트럼프의 당선과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정책적 행보가 낙관적인 전망을 낳았고 합리적인 근거도 다양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025년 9월에 역사상 최고가(all-time high)인 12만3천달러를 기록했으나, 연초 대비 수익률은 25%로 여타 자산 대비 특출난 성과는 아니었다. 게다가 10월 이후엔 하락을 거듭하여 연초보다도 가격이 낮아졌으니 체면을 상당히 구긴 상황이다.

크립토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을 두고 아래 그래프와 같은 4년 주기설이 회자 되어 왔다. 2009년 탄생 이후 3년여 기간의 상승장(2010~2012년, 2015~2017년, 2019~2021년)과 1년간 급락하는 장세(2014·2017·2021년)가 반복된 것이다. 이 패턴에 따르면 2026년은 하락장이 예고된 셈인데, 리테일 수요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 기관이 시장을 주도하기에 4년 주기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014년의 경우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조원 수준에 불과했고, 마운트곡스(Mt.Gox)라는 당시 최대 거래소 파산의 여파로 폭락했다는 특수성이 있었다. 그러나 2018년과 2022년은 비트코인뿐 아니라 나스닥 지수도 최대 하락폭(MDD, Maximum Drawdown)이 각각 23%, 35%에 달하며 상당한 조정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장기간 우상향 해온 서울아파트 시장 또한 약세를 기록한 시기이기도 하다. 즉, 2018년과 2022년의 4년 주기설은 비트코인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자산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매크로의 문제였다.

60갑자로 2018년은 무술(戊戌)년, 2022년은 임인(壬寅)년이고 2026년은 병오(丙午)년으로 인오술 삼합(寅午戌 三合)을 이루게 된다. 흔히 4년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속설은 12지지(12개의 띠)가 4년마다 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2006년, 2010년, 2014년에 자산시장이 특별히 부진하진 않았으니 삼합을 근거로 4년마다 위기가 온다고 하면 이는 미신에 불과하다.

2018년과 2022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이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던 시기이며, 유동성에 예민한 자산인 비트코인은 당연히 상당한 조정을 받았다. 결국 4년 주기설이 재현될지 여부는 연준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2025년 10월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등 하드커런시(hard currency·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쉽게 환전되고 널리 통용되는 화폐) 국가들은 서로 짠 듯이 금리 인하를 중단했거나 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그림2'와 '그림3'은 주요 선진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나타낸 것이다. 선진국 중에서 금리가 낮은 편에 속하는 독일과 일본의 경우 트럼프의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선언 이후 금리가 낮아졌다가 10월 이후부터 비교적 빠르게 상승 중으로 우리나라 국채금리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의 경우 견조한 수요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동결 및 잠재적 인상 기조로 전환하면서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미국은 5월부터 10월까지 금리가 우하향했는데, 이는 해당 기간 달러 약세 기조와 더불어 전 세계 증시 상승에 기여했다. 앞서 거론된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내년에도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 중이다. 연준 위원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지만 점도표 상 중앙값은 1회 인하이고, 시장은 2회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내년 5월이면 파월의 임기가 종료되고 트럼프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새로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라는 것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기채(10년~30년물) 금리는 10월 이후 좀처럼 하락하지 못하며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탓도 있지만, 주요국 정부들의 차입 규모 확대에 따른 채권 공급과잉이 금리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정 불안을 지적하지만 호주, 독일 등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국가의 국채 금리도 상승 중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침체 가능성보다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고 금리 인상은 멀었다던 2021년에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먼저 꿈틀대기 시작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의 주된 요인은 공급과 운송의 병목현상이었다. 현재는 인공지능(AI) 관련 대규모 투자는 가속화되는데 생산성 향상은 미래를 기약한다는 점에서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돈을 풀어도 금리가 안정된 상황을 유지하면 자산 가격에 긍정적이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 겪는 일은 2018년, 2022년에 목도했다. 4년 주기설은 단순히 자기실현적 예언이 아니라 금리가 인상되거나, 인하를 기대했는데 중단될 경우 자산시장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지대하다는 점을 상기할만한 기록이다. 최근의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은 '돈이 휴지된다'라는 말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

신윤우

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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