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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어떤 기업이든 처음은 있다"

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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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 SK하이닉스 사장

[출처: 한국공학한림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자칫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안현 SK하이닉스[000660] 사장은 침착했다.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가 지난 17일 'AI(인공지능) 반도체 강국 도약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였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안 사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10개 포인트로 구성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첫머리에 내세운 것은 설계와 소프트웨어, 제조, 응용을 아우르는 풀 스택 AI 반도체 생태계 조성 구상이었다.

80분간의 발표가 끝난 뒤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객석에서 먼저 마이크를 잡은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나치게 "나이브한" 전략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김기남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전 삼성전자 회장)도 "소프트웨어를 우리보다 잘하는 나라가 얼마나 많냐"며 "지금 잘하는 하드웨어를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나 (고민해야 한다)"고 보탰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시작해서 경쟁하겠다? 다시 한번 잘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희망으로 부풀던 행사가 현실의 무게로 가라앉았다.

두 원로의 지적이 끝나자 안 사장은 "1년 내내 고민하던 화두였다"며 대답을 시작했다.

그는 매달 반도체특별위원회 회의 때마다 기업인들을 초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이들이 기술이나 자본의 한계를 토로할 때는 정말 안타까웠다고 했다.

안 사장은 "제가 느낀 것은 어떤 산업이든, 기업이든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1980년대 메모리를 처음 시작할 때 아무것도 없었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5년 후에 저희가 제시한 목표가 실현된다면, 50년 후를 보고 제한된 리소스를 집중한다면 이 생태계 중 어느 한두 꼭지는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안이 실현되도록 특위에서 내년에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 사장의 말대로 40년 전을 돌아보면 한국은 맨주먹에서 시작해 메모리 최강국으로 거듭났다. 첨단산업 생태계가 일천했지만, 특유의 끈기와 속도로 경쟁자를 제쳤다.

물론 오늘날 AI 반도체 생태계는 메모리보다 훨씬 복잡하다. 설계와 제조, 응용 산업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싸고 품질 좋은 범용 칩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존의 성공방정식은 AI 시대에 통하지 않는다.

AI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단일 해법은 없다. 이날 전문가들이 주고받은 것과 같은 문제의식과 토론이 쌓일 때야 어렴풋하게 보일 것이다. AI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시대다. 앞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은 안 사장이 보여준 침착함이어야 한다. (산업부 김학성 기자)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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