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1년 상장사 대상 가처분·본안소송 105건 분석
"법원 명확한 판단 근거 안 보여"…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기업의 제3자 대상 신주발행이 문제가 된 사건이 법원에서 인용된 경우가 약 2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상 목적이 아니라 지배권 방어·강화를 목적으로 한 신주발행이라는 원고 측 주장을 법원이 까다롭게 판단한 결과로 분석됐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제개혁연구소는 18일 공개한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은 경영상 목적으로만 이루어지나? - 법원 판결로 본 자사주 처분 상법 개정안의 실효성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정민 연구위원은 2015년 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최근 11년 동안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주주가 회사의 특정인에 대한 신주발행(메자닌 포함)에 이의를 제기하며 소송이나 가처분을 신청했던 사례 105건(73개 회사)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가처분이 78건, 본안소송이 27건이었다.
가처분과 본안소송이 법원에서 인용된 비율은 각각 29.49%, 14.81%였다. 두 경우를 종합하면 25.71%로 인용 비율이 낮았다.
대부분의 경우 원고는 지배권 분쟁 중이거나 분쟁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경영상 목적 없이 지배권 방어나 강화를 위해 신주발행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주주의 신주인수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가처분이나 소송은 거의 없었다.
강 연구위원은 "원고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는 데에 매우 인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예시로 2012년 한창제지[009460]의 최대주주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 무효소송 1심은 현 경영진의 지배권 방어가 주된 목적이라고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고 3심에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강 연구위원은 "신주발행이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과 지배권 방어 목적 중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말 지배권 분쟁이 진행 중이던 한진칼[180640]의 산업은행 대상 유상증자를 법원이 적법하다고 본 것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채권자 측 지분을 희석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지배권 방어 목적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결정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강 연구위원은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의 상당수가 사실상 지배권 방어 내지 강화에 사용됐다면서 이에 대한 법원의 명확하고 일관된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행 상법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회사가 정관으로 정하면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에만 주주 이외의 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강 연구위원은 "실무적으로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과 지배권 방어 목적을 객관적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신주발행 결과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지배권 확보에 유리한 입장이 되더라도 이를 경영상 목적 달성의 부수적인 효과로 볼지, 아니면 지배권 강화 목적의 신주발행으로 볼지 여부는 재판부의 주관적인 판단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려아연이 발표한 외국 합작법인 대상 2조8천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최대주주인 영풍[000670]·MBK파트너스는 최윤범 회장의 지배권 방어 목적이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고려아연은 합리적인 경영상 목적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
아울러 강 연구위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서 경영상 목적이 있는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자사주를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이 부분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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