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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잠재성장률 반전이 필요한 이유

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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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IMF 외환위기를 소환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고환율이 대한민국의 기업들과 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트라우마 탓이다.

1,470원대 고환율 지속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원/달러 환율 1,470원대 중반의 고환율이 이어지는 25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2025.11.25 scape@yna.co.kr

현재 환율 수준을 두고 정부는 '위기'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이 큰 데다 외화자산도 적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평소 환율치고는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외환 당국이 국민연금 등을 앞세워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수급균형을 모색하고 있으나,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투자심리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환율 안정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환율은 단기적으로는 달러 수급이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받지만 궁극적으로 성장률이나 경상수지 등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고환율은 원화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뜻인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그만큼 탄탄하지 못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한미 금리 역전도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낮은 게 말이 되냐고, 한미 금리 역전으로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도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양국의 잠재성장률을 따져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기준금리에 핵심 변수는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한 국가가 장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 즉 잠재성장률이다. 한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높으면 해당 국가의 기준금리도 높게, 잠재성장률이 낮으면 기준금리도 낮게 결정되는 셈이다. 그런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의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잠재성장률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 역전은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인 셈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도 잠재성장률 수준을 1.7% 정도로 제시했다. 한국은행 등이 추정하는 1.8%보다 낮고, OECD가 제시했던 올해 잠재성장률 1.9%보다도 0.2%포인트나 낮다. 반면 OECD가 추정한 올해 미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2.3% 수준이다.

문제는 OECD의 전망처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정책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은 현재 2%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현재 추세대로면 2040년대에 0%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잠재성장률을 제고시킬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핵심을 잠재성장률 반등에 두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 등의 요인으로 결정된다. 저출생·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정부도 정책적으로 자본과 총요소생산성 제고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정책지원도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선에서 그치지 말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도 일회성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던 때에는 수출 등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게 최고로 인식된 적이 있다. 최근 1천300조원이 넘은 적립금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외화채권을 직접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을 안정시키고 잠재성장률을 높이지 못하면, 고환율에 허덕이는 수준이 아니라 자칫 과거처럼 '달러 빚'이라도 져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편집국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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