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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불확실성을 먹고 산다고?"…보험사에 주어진 사회적 과제

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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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불확실성은 커진다.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그런 불확실성에서 어느 정도 확실성을 보장해주는 상품이고, 보험사는 불확실성을 계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19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전일 한국보험학회가 개최한 세미나 주제는 '운영 리스크관리의 과제와 대안'이었다. 노란봉투법과 소셜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다뤘다.

노란봉투법과 소셜 인플레이션은 둘 다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범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사측이 요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범위도 줄어든다.

배상책임 등 기업형 보험의 비용이 늘 수 있고,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대리점(GA)이나 손해사정, 콜센터 등 전문 업무를 위탁하는 경우가 많아 구조적으로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소셜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요소가 아닌 것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미국의 사례로 소송이 늘어나면서 소송 금액과 법적 비용 등 보험사들이 물가나 의료비와 같은 것들을 제하고서도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노란봉투법 이후 분쟁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법률 비용, 손해 배상의 불확실성, 분쟁 비용 증가 등의 비용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소셜 인플레이션 문제도 국내 보험사들이 최근 자동차 사고 등 법률 비용을 부담하는 특약을 내놓으면서 점차 불거질 수 있다.

모두 가능성의 이야기지만, 보험사엔 중요한 이슈다. 장기적인 계약 관계가 많은 만큼 예측하지 못한 '가능성'이 벌어질 확률이 있고, 그만큼 꼬리 위험(Tail Risk)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리스크를 계산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런 사회 변화가 어떤 리스크인지도 잘 정의해야 한다.

운영리스크는 통상 내부 컴플라이언스, 인력 및 시스템 관리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됐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면 관리할 수 있는 위험이었다.

다만 이런 변화에 대해 전용범 한국보험계리사회 회장은 "개별 기업의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제도적 환경 변화와 결합해 전반의 비용과 리스크 프로파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운영리스크의 본질이 새로 등장했다기보단, 법과 제도, 사회 인식의 변화가 운영리스크 발생 빈도와 손해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리적 관점에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누적되고 구조화하는 위험이라는 것이다.

구조적 변화를 비용 증가 및 운영리스크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석승훈 서울대학교 교수는 "소셜 인플레이션이 운영리스크와 관련 있을 수 있으나, 배상금은 외부 환경 리스크고 이는 보험사 입장에서 언더라이팅 리스크"라며 "내부 컴플라이언스에 따른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주주 입장에서는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감당하니 위험으로 볼 수 있는데, 회사 입장에선 아닐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가 안고 있던 리스크를 주주에게 넘기는 것인데, 노동자들이 소득도 적은 만큼 이를 주주에게 넘기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며 "회사 차원에선 리스크 쉐어링을 바꿔 효율적인 방향으로 간다면 운영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적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보험사 입장에서 난감하기만 하다. 숫자와 통계로 증명하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보험사들의 답은 정해져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잘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보험 상품을 만들면서 어떤 변수가 있어야 잘 추정할 수 있는지,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어떤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지, 내부 인력과 시스템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누적되고 구조화하는 위험이라면 극단적 손해에 대한 가정을 바꾸고 사회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사회구조적 변화와 사회적 비용을 리스크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토론 과정에서 나온 "보험 산업이 불확실성을 먹고 살지만, 더 역설적으로 불확실성을 잘 예측하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는 말처럼 사회구조적 변화는 보험산업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가 됐다. (금융부 이수용 기자)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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