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이례적 구조, 오직 최윤범 지배권 방어 목적"
고려아연 "분쟁 중에도 경영상 목적 있으면 신주발행 가능"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기일…내주 초 결론 날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고려아연[010130]의 11조원 규모 미국 투자와 외국 주주 대상 신주발행을 두고 영풍[000670]·MBK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 측이 법정에서 정면충돌했다.
영풍·MBK는 전체 거래가 오로지 최 회장의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고 주장했고, 최 회장 측은 회사와 투자자의 이해가 일치해 성사된 경영 판단이라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심문을 종결하기로 했는데, 신주대금 납입일(26일) 이전인 다음 주 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영풍·MBK가 신청한 고려아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의 심문기일을 19일 열었다. 양측은 이날 약 1시간40분 동안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영풍·MBK "최윤범 지배권 방어용 신주발행 무효"
가처분을 낸 영풍·MBK가 먼저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섰다.
영풍·MBK는 미국 정부가 포함된 외국 투자법인이 모회사 고려아연의 지분을 취득하고, 고려아연이 이 자금을 활용해 미국에 제련소 사업법인을 설립하는 구조가 이례적·기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K온과 포드가 각각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현지 사업법인 블루오벌SK 같은 자회사형 구조가 일반적이라고 언급했다.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 스스로가 이사회에서 선례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며 "얼마든지 협상 우위를 통해 유리한 조건을 얻어낼 수 있었음에도 사익을 위해 주주 이익을 희생시킨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이 위법하다고 본 대법원 판례를 들어 이번 사건이 정확히 여기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굳이 주주명부 폐쇄일인 연말 이전에 신주발행을 마치려고 하는 것도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최 회장의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려아연 "美 정부 백기사 아냐…'퀀텀점프' 기회"
이후 고려아연이 반박 PT를 진행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대미 투자를 "기업가치를 '퀀텀 점프' 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묘사했다.
고려아연은 전략광물 등 중요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직접 지분 투자가 최근 여러 사례에서 관찰되는 일관된 정책 기조라면서 미국 정부가 먼저 고려아연에 현지 제련소 건립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정부가 참여한 외국 투자법인이 내년과 내후년 3월 정기주총 때 각각 1명씩 총 2명의 고려아연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하지만, 고려아연이나 최 회장이 이를 위해 협력할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 백기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독립적으로 고려아연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영풍·MBK가 들고나온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는 지배권 분쟁 상황에서도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이 가능하다면서 2020년 한진칼[180640] 가처분을 언급했다.
연내에 신주발행을 마쳐야 하는 이유를 두고는 미국 정부가 최대한 빠른 진행을 원했다면서 지금 일정도 기존 계획 대비 많이 지연된 것이라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고려아연은 "(내년) 정기주총도 관계가 있다고 본다"며 미국 정부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 의안을 표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출처: 고려아연]
◇ 신주발행 예정일 전인 다음 주 초 결론
양측의 PT가 끝난 뒤에도 격렬한 공방이 뒤따랐다.
영풍·MBK는 국내 항공산업 지원이라는 경영상 필요가 명백했던 '한진칼 사건'과 이번 건이 전혀 다르다며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초대받은 자가 초대한 자와 가깝다는 건 인지상정"이라며 이번에 신주를 인수할 외국 투자법인이 최 회장의 우호지분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은 적어도 시장에 없다고 말했다.
영풍·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투자를 최 회장이 먼저 미국 정부 측에 요청했을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소명을 요구하자, 고려아연은 이미 그런 취지가 담긴 미국 정부의 서한을 제출했으며, 추가 자료도 내겠다고 했다.
외국 투자법인이 갖게 될 고려아연 지분율(10.59%)과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로 선임할 이사 수(6명)를 감안하면 어떻게 미국 정부가 단독으로 1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영풍·MBK의 지적에 고려아연은 "다른 대주주는 여러 명을 선임하기 위해 표를 분산할 텐데 미국 정부는 (자신이 추천한) 1명에게 몰아서 하기 때문에 6등은 하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답했다.
현지 사업법인이 체결한 여러 계약이 공시에 누락됐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는 재판장의 물음에 고려아연은 "금감원, 거래소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신주 발행일인 오는 26일 이전에 결정을 내야 할 것이라며 심문종결일을 21일로 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22~24일 사이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2029년까지 10조9천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제련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이를 위한 자금을 조달한다며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외국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2조8천500억원(10.59%)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이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해 위법한 신주발행을 감행했다며 지난 16일 가처분을 신청했다. 계획대로 연내에 신주가 발행되면 영풍·MBK와 최 회장 측(외국 합작법인 포함)의 지분율은 40% 내외로 대등해진다. 고려아연은 합리적 경영상 목적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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