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한국은행이 환율 안정화를 위한 대응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의 부족 상황에 대비한 추가 조치까지 내놓으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은은 지난 1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융기관이 예치한 외화예금초과지급준비금(외화지준)에 대해 내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기관이 달러 자산을 해외 은행에 맡기거나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지 않고도 한은에 예치하는 것만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금리(3.5~3.75%)와 비슷한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환율 시기에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빡빡해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에 달러 자산을 맡기면 '무위험'으로 안정적 이자수익를 확보할 수 있어 외화자산을 예치할 유인이 생겼다.
당국 입장에서는 연준 정책금리 수준의 이자를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6개월 한시 조치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해당 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이 한은에 예치한 외화지준은 외환보유액으로 쓸 수 있다.
이달 들어 달러-원 환율이 1,480원 선을 넘나드는 고공행진 하는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주를 포함해 상당한 달러 자금을 매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또 지난주 초 국민연금과 6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거래 계약을 1년 연장하고 스와프 거래를 실제로 재개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국민연금과 스와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일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이를 대비하고자 한다"고 조치 시행 취지를 밝혔다.
국민연금이 한은 외환보유액에서 상당한 자금을 빌려다 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해놓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과의 스와프 거래를 늘리면 한은 외환보유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영향이 있다.
계약기간 동안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기간이 만료되면 연금이 달러를 되갚는 구조다.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306억6천만달러로 3년 3개월 만에 최대를 나타냈다.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지만 당장 12월부터는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말까지 한은과의 기존 스와프 자금을 모두 상환했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12월에 미세조정을 위해 쓴 달러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 국채 금리 하락에 따라 평가이익이 일부 상쇄하는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아울러 내년부터 외환보유액을 통한 이자와 배당 수익의 대부분이 연간 2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에 쓰일 예정이어서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은이 연금과 650억달러 스와프거래 계약을 했지만 실제로 집행된 자금은 200억달러 미만이었을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일시적 감소이지만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 밑으로 감소하는 데 대한 불안감도 크기 때문에 배정된 계약금액을 모두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외화지준 부리를 통해 한은이 외환보유액 실탄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 매도 개입이나 연금과의 스와프거래 확대 등 실질적인 시장 안정화 여력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은에서 달러를 가져다 쓰게 된다면 시장에서 매수물량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해당 자금을 환헤지를 통해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한은이 스와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대비하겠다고 한 것은 조만간 연금 헤지물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심리적으로 결국 연금이 달러를 덜 사고, 환헤지를 더 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면서 "연금이 환헤지를 통해 원화가 다른 통화대비 급속히 약세폭을 되돌린다면 원화가 일부 강세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딜러는 그러나 "당국은 환율 안정이 목적이지만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높이는게 목적이어서 당장 환헤지에 공격적으로 나서 환율을 낮추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를 놓고보면 조금 의아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12월 들어 10월과 11월에 비해서는 확실히 수급 여건이 나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대심리로 인해 기업들이 달러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이 늘어난다면 직접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더 편하게 하고 총알이 더 늘어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해 간접적으로는 롱심리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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