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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대 그룹 갈무리①] 관세·AI 전쟁 속 어떻게 버텼나

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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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대한민국 재계에 올해는 '퍼펙트 스톰'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 지도를 그려낸 한 해였다.

미·중 갈등의 고착화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압박, 급진적인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여기에 국내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상법 개정 논의까지 겹치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삼성·SK·현대차·LG·HD현대·한화·롯데 등 국내 7대 그룹은 각기 다른 생존 전략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올해를 관통한 가장 결정적인 분기점은 외교와 통상의 결합이었다. 지난 10월 정부와 재계가 '원팀'으로 나서 끌어낸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한국 기업들에 실질적인 숨통을 틔워줬다.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성과를 거두는 과정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대규모 대미 투자와 함께 조선·원전·AI 인프라 등 전략 산업에서의 협력 카드를 제시하며 실리를 챙겼다.

서밋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기업 CEO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삼성·SK, 반도체 부활과 AI 인프라 '양 날개'

삼성전자는 2025년을 명실상부한 '반도체 반등의 원년'으로 만들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 논란을 수율 개선과 고객 다변화로 잠재우며 HBM3E와 차세대 HBM4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관계를 복원하거나 강화했다.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에 다시 속도를 붙이며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일·중을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직접 가동하며 '기술 외교'의 전면에 섰다.

SK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리밸런싱'에 방점을 찍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리는 동안, 그룹 차원에서는 비핵심 자산 매각과 계열사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재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패키징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반도체 제조를 넘어 AI 인프라 설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지포스 기념 행사 참석한 정의선-젠슨황-이재용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현대차·LG, 캐즘 뚫고 '모빌리티·AI 가전' 몸부림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수소·로보틱스·UAM(도심항공모빌리티)이라는 중장기 카드로 돌파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가동을 본격화하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리스크에 대응했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북미 호황을 발판으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한 로보틱스 사업과 UAM 및 수소 투자는 현대차를 단순 완성차 기업을 넘어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에 발판을 마련해줬다.

LG그룹은 AI를 가전과 전장에 깊숙이 이식하며 구조적 전환을 가속했다. LG전자는 AI 가전과 구독형 서비스 모델을 앞세워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으나, LG화학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업황 부진으로 올해 내내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체결했던 9조6천억원 규모 장기 배터리 공급 계약이 12월 중순 해지되며, 전기차 수요 둔화와 완성차의 전략 재편이 국내 배터리 산업의 리스크로 현실화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과정에서 불거진 LG에너지솔루션·현대자동차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의 대규모 한국인 체포 사건은 글로벌 투자에서의 외교적·법적 리스크를 부각했다.

미국 해군참모총장,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방문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HD현대·한화, 조선과 방산의 '황금기'

HD현대와 한화는 올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통해 한미 통상 협상을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 파트너로 부상했으며, 조선과 방산 시장의 글로벌 호황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특히 HD현대는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급증한 조선업황 슈퍼사이클의 직접적인 수혜로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HD현대의 오너 경영 체제가 37년 만에 부활했다.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 계열사 3개 중 2개(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를 합치는 초강수를 통해 조선과 방산 역량 제고, 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AI 조선소와 자율운항 시스템을 실제 건조·운항 현장에 적용하며 생산성·안전성 개선을 추진했다. 친환경 선박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전략은 조선을 전통 제조업에서 데이터·기술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HD현대의 중장기 경쟁력을 구체화한 행보로 평가된다.

한화그룹은 'K-방산 글로벌 원년'을 기록했다. 폴란드·호주·중동으로 이어진 대규모 수출 계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방산 3각 편대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우주 발사체·위성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한화를 안보·에너지·우주를 아우르는 복합 산업 그룹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안내하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 한화 필리조선소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롯데, 뼈를 깎는 쇄신과 재무 건전성 확보

올해 롯데그룹은 7대 그룹 중 가장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파키스탄 자회사 지분 매각을 비롯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그룹 전반에서도 강도 높은 자산 효율화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추진했다.

유통·식품 부문에서는 비효율 점포 정리에 나섰으며, 롯데건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잠원동 본사 사옥과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리더십 위기론까지 제기되며 롯데는 생존을 위한 '마른 수건 짜기' 식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 한 해였다.

2025년은 한국 기업들이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설계자'로 도약하기 위해 몸부림친 해였다. 관세 전쟁의 포화 속에서 총수들은 외교관 역할을 자처했고, AI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반도체·배터리·모빌리티·방산이라는 전략 축을 재정렬한 한 해였다.

롯데그룹, 2025 상반기 롯데 VCM 개최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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