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공개매수 때 '신사업 비중 확대·부채 감축' 약속
대규모 美 제련소 투자로 기존 사업 의존도·채무부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최근 발표한 11조원 규모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앞서 스스로 내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풍[000670]·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작년 10월 고려아연은 제련 외 신사업 비중 확대와 부채 감축을 약속했는데, 이번 투자 계획은 제련업 의존 심화와 대규모 차입금 조달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2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0월 2일 공개한 밸류업 로드맵에서 2033년까지 이차전지소재와 자원순환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을 50%로 확대하고, 2026년까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을 2배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은 최윤범 회장이 당시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맞서 3조원 규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발표한 날 함께 제시됐다. 더 많은 주주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도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해당 밸류업 계획의 이행 현황은 올해 8월 고려아연 이사회에 보고됐고, 9월 공시까지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 15일 고려아연이 전격적으로 발표한 총 11조원 규모 미국 제련소 투자 계획은 밸류업 계획과 결을 달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이번 프로젝트로 신사업이 아닌 기존 제련 사업 비중이 더욱 확대된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 운영 모델을 50% 규모로 미국 내에 재현해 비철금속과 귀금속, 희소광물 11종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아예 "온산과 동일 포트폴리오를 적용"한다고도 했다.
고려아연이 공식적으로 분류하는 신사업은 이차전지소재·자원순환 자회사와 구리 제련 매출이다. 미국 제련소가 생산할 비철금속 가운데 구리가 있긴 하지만, 고려아연 스스로가 미국 시장에서 차지할 비중을 1.9%로 추산하는 등 다른 제품 대비 비중이 크지 않다.
고려아연이 자기자본(약 8조원) 규모를 훌쩍 웃도는 초대형 투자를 제련업에 쏟아붓는다면 자연히 신사업 매출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출처: 고려아연]
이번 투자가 막대한 부채를 동반한다는 점도 어긋나는 부분이다.
고려아연이 올해 9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 이행현황 자료에서 자체 추산한 올해 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2.2배로, 목표인 2배 이하를 웃돌았다.
고려아연의 대미 투자 총액 가운데 자본성 자금(미국 상무부 보조금 포함)과 부채성 자금은 각각 27억달러(약 4조원)와 47억달러(약 7조원)다. 고려아연은 7조원에 달하는 전쟁부 대출 및 금융기관 신디케이트론 전액에 보증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참여한 외국 합작법인이 19억달러(약 2조8천억원)의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참여하긴 하지만, 그 두 배를 넘는 차입을 일으키는 만큼 채무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올해 9월 말 연결 기준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96%로 부채총계와 자본총계가 거의 비슷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투자 자금의 대부분은 고려아연이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손자회사의 차입으로 조달해 차입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가 본격 가동에 돌입하는 2030년부터 연간 9억달러(약 1조3천억원)의 EBITDA 창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 건설은 고려아연이 핵심광물 수요 증가와 함께 기업가치를 향상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모든 주주에게 이익을 안겨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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