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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쿠팡은 왜 백악관 NSC까지 로비하나

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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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쿠팡(NYS:CPNG)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벌이는 로비의 결과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FTA 공동위원회 회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일방적 요청으로 취소됐다. 한국의 디지털 규제 입법 움직임을 미국 정부가 문제 삼은 데 따른 것이다.

폴리티코는 최근 국회가 쿠팡을 압박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는 미국 상장 기업을 부당대우한 것이라며 과잉 규제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한국이 규제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는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쿠팡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 액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장남 만난 쿠팡 김범석 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상원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총 1천75만5천달러를 미국 의회와 정부 로비에 썼다. 지난해 총 로비액은 총 387만달러로 삼성과 SK, 한화, 현대차 그룹에 이어 한국 기업 중 다섯 번째로 컸다.

로비 규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로비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대관 로비는 의회 로비와 연방정부 로비로 크게 나뉘는데 이 가운데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로비의 목적이 더 뚜렷해진다.

쿠팡이 미국 상원에 제출한 로비 보고서를 보면 로비 분야를 나타내는 이슈 코드(issue codes)는 크게 ▲TRD(무역) ▲ECN(경제·경제개발) ▲SMB(중소기업)로 수렴한다. 세 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로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로비 대상 기관은 ▲미국 상무부 ▲미국 국무부 ▲미국 재무부 ▲의회 상·하원 ▲USTR 등이다. 이 가운데 지난 5년간 쿠팡이 제출한 로비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기관의 빈도수를 기준으로 보면 USTR이 가장 많았고 두 번째가 미국 상무부였다.

이는 쿠팡이 미국 의회가 아니라 행정부의 통상 및 산업 라인에 더 중점을 두고 로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쿠팡 로비의 주목적이 입법이나 특정 규제를 저지하는 것보단 행정부의 통상·산업 정책에서 쿠팡도 '당연히' 고려되도록 관리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USTR은 미국의 통상 규칙을 사실상 설계하고 해석하는 기관이다. 쿠팡이 USTR과 긴밀해지면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 적용되는 관세 및 통관 규칙의 해석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무역 분쟁이나 제재, 보복 관세 논의가 있을 때 예외 대상으로 분류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쿠팡이 또한 SMB 코드로 로비하는 것은 미국 중소기업 제품의 유통 플랫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쿠팡은 단순 소매상이 아니라 미국 중소기업의 아시아 수출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쿠팡은 미국 중소기업이 한국 시장에 침투하는 경로로 활용될 수도 있다.

쿠팡이 작년부터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로비 대상을 확장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쿠팡의 상원 로비 보고서

[출처 : 미국 상원]

NSC는 미국의 국내외 정책을 '안보 프레임'으로 재정의하고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 기관이다. 통상·산업 문제 또한 미국 국익과 안보의 틀 안에서 바라보는 주요 분야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 NSC는 전략 물자 공급망과 핵심 기술 산업, 대중(對中) 무역 정책, 동맹국과의 경제 블록 재설정 등이 모두 안보 프레임 속에서 재설정되고 있다. 관세로 대표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안보 프레임이다.

쿠팡이 NSC를 대상으로 로비하면 쿠팡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국경 간 거래를 '상업 문제'가 아니라 '경제 안보 공급망 문제'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상장 기업'인 쿠팡이 한국 정부의 규제로 영업 활동이 막힌다면 이는 미국 입장에서 아시아에 깔린 주요 공급망이 막히는 것이고 이는 국익을 해치는 상황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쿠팡은 버리기 아까운 카드다. 쿠팡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치러야 할 비용은 거의 없는 반면 아시아 주요 거점 공급망으로서 효용은 분명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쿠팡이 미국 중소기업 제품의 한국 공급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는 점도 로비 보고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원 로비 보고서를 보면 쿠팡은 올해 1분기부터 SMB 로비의 구체적 사유로 "쿠팡의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중소기업(SME)의 참여를 늘리도록 독려하고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 '시장 접근성 강화(increased market access)'를 추가한 게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는 미국 제조업체의 수출 확대를 바라는 트럼프의 입맛에 딱 맞는 사유다. 미국 제품의 한국 수출을 돕겠다는 쿠팡을 트럼프가 감싸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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