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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의 어프로치] 금융위·금감원은 친해질 수 있을까

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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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업무보고는 예상치 못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 권한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대통령이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1·2호 사건 두건만 적발한 것은 너무 적다. 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라고 질문한 게 시작이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기다렸다는 듯 "금감원 내에 합동대응단과 병행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을 두면 효율이 크게 높아질 텐데 조직 신설과 특사경 인지권한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금감원이 하는 일이 그건데 검사한테 다 부탁해야 하는가", "건보공단은 (인지권한을) 새로 주지 않았나"고 물었고, 이 원장은 마치 대통령의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권한의 필요성을 요목조목 설명했다.

그러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급히 손을 들고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금융위 상임위원은 짧게나마 발언권을 얻어 "민간인 신분인 금감원에 광범위한 수사권을 주게 되면 오남용 소지가 있다"며 금감원에 인지권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이에 더해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자본시장조사과를 '국' 단위로 격상해 인력을 충원해주시면 자체 해결할 수 있다고 직접 건의했다. 2019년 특사경 출범 과정에서부터 인지수사권을 놓고 뺏느냐, 지키느냐 대립각을 세웠던 수년간의 세월이 무색하게, 무게중심이 한순간에 금감원으로 기우는 순간, 이 위원장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 수를 늘리는 건 참…(쉽지 않다)"이라며 답을 대신했다. 대통령 앞에서 금융당국 두 수장이 서로 "힘을 실어달라"고 손을 뻗었지만, 결국 이 스포트라이트는 이 원장을 비췄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다. 연수원 내 '노동법학회'에서도 함께 활동한 오랜 절친으로 2019년 이 대통령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을 때 이 대통령의 집을 담보로 5억원을 빌려준 '남다른' 관계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튀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전임 원장과 결이 다름을 애써 강조했지만, 어찌 됐든 그의 의지(?)와 다르게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확 튀었다. 금융권에선 이번 업무보고가 이 원장의 '파워'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며 앞으로 금감원의 업무영역이 더 확대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파워게임'에는 긴 역사가 있다. 금융 정책과 감독 권한을 두고 정부와 공적 민간기구가 '밀고 당기기'를 해 온 20년 세월 내내 그랬다.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와 금감원이 분리돼 금융위는 금융정책을, 금감원이 금융감독을 맡으면서부터 충돌은 잦아졌고, 강도도 세졌다. 채권 공매도를 허용, 임직원 중징계 제재 권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KB사태의 회장·행장 제재권,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과, DLS 불완전판매, 수석부원장 인사,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등 금융권에 중요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두 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두고 사사건건 싸우고 있다는 구설에 휘말렸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소신이나 단순 성향 문제는 아니지만 궁합이 맞지 않을 때 더 도드라졌다. 관료 출신이 아닌 금감원장이었을 시절엔 더 으르렁거렸다. 멀지 않은 과거만 보면 교수 출신인 윤석헌 금감원장 시절 최종구·은성수 위원장이 그랬다. 매달 만나 소통을 하겠다거나 이들의 갈등은 금융위 정례회의 의사록이나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

2015년 임종룡 전 위원장은 진웅섭 전 원장을 찾아와 '金融改革 渾然一體(금융개혁 혼연일체)'라고 쓰인 서예 작품을 선물했고, 7년이 지난 뒤 고승범 전 위원장도 금감원을 방문해 정은보 당시 원장과 상호협력 관계임을 강조했다. 두 기관이 액자까지 나눠 갖고 다짐해야 할 정도로 워낙 사이가 안 좋았다고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 출신인 이복현 전 금감원장 시절에는 김주현 위원장이 직접 부딪히진 않았지만, 여러 사안을 두고 금감원이 금융위를 패싱하고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전 원장이 금융위 직원 회식 자리에 찾아와 대동단결 '러브샷'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때뿐, 금방 잊혀졌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금융당국 수장에 오른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도 이러한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취임 초반부터 '원팀'를 강조했다. 금융위 정례회의를 마친 후 수장들이 따로 만나 현안을 정리하는 회의를 정례화하고,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월 1회 정기 회동을 갖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보이스' 약속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잊혀진 듯했다.

조직의 장은 구성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우선이다. 아마 특사경 이슈도 두 당국 수장 입장에선 그랬을 것이다. 그것도 대통령 앞에서 멍석이 깔렸으니 자존심의 대결처럼 형성된 분위기에 그 역할을 한 것뿐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다만, 정말로 한 팀이라면, 이 대통령이 돌발 질문이 나왔을 때 민감한 질문도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을까.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 조율할 수 없는 자존심, 어느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역시 그러한 관계임을 증명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친해질 수 있을까. (금융부 이현정 기자)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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