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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구의 프리킥스] 설계사 믿었다가 '보장 공백'

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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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10년간 보험설계사 A씨를 알고 지내던 50대 고객 B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는 "더 많은 상품을 제안할 수 있도록 GA(법인보험대리점)로 옮겼다"며 새로 암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2년 전에 이미 A씨에게 암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료가 비싸지 않고 응원하는 차원에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갈아탔다. 그러나 선의로 한 행동이 화근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위암 2기로 판정이 되면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가입한 지 90일이 지나지 않아 보험금 지급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근 B씨와 같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소비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보험상품별로 면책기간이 있는 경우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탈 때 보장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암·치아보험은 가입 후 90일간 면책기간이 있으며, 기타 보장내용에 따라 가입 후 1년 내 보험금 50% 감액기간이 있기도 하다.

이처럼 기존 계약을 해지하면 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는데도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계약을 권유하는 설계사의 영업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GA의 실적 압박이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현재 국내 보험산업은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약 98% 이상, 개인의 경우 95%에 달할 정도로 포화상태다. 이에 영업 현장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져 무리한 실적경쟁에 나서야 더 높은 수수료와 시책을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설계사의 수수료와 시책의 기준이 보험사와 GA간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설계사들은 매월 신계약 실적을 거두면서 수수료와 시책을 소득으로 가져간다. 통상 신계약 실적에 높은 수준의 수수료와 시책을 적용하고 있어 유지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특히, GA업계에는 아직 '1천200%룰' 적용이 불명확한 관계로 원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에 비해 높은 소득을 가져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행 보험업법 상에서 GA와 설계사가 법적으로 동등한 지위인 만큼 원수사-설계사 또는 원수사-GA 간에는 1천200%룰이 적용되지만, GA-설계사 간에는 적용이 불명확해 GA가 설계사에게 1천200%가 넘는 수수료 및 시책을 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회색지대'를 악용한 GA 이직시 고액 정착지원금은 GA로 넘어간 설계사들이 무리한 계약을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원금을 받는 대신 이면계약으로 나중에 일정 수준 실적을 거두지 못하면 먼저 받은 지원금의 일부를 반환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예금이나 부동산 등을 담보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GA는 본래 보험소비자가 다양한 보험상품의 비교를 통해 선택권을 넓히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 원수사가 더 많은 수수료와 시책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상품 제안이 달라지고 본인의 신계약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고객이 필요도 없는 계약을 권유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높은 정착지원금 제시 및 선 넘는 전속설계사 빼가기, 무리한 승환계약 등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천200%룰을 GA까지 전면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던 이유다.

이러한 병폐를 없애기 위해 내년 7월부터 GA까지 1천200%룰을 전면 적용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다만,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 일부 대형 GA가 보험사에 노골적으로 3차년도(계약 후 25차월) 수수료를 신설하라고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내년 7월에는 현재 받고 있는 수수료와 시책의 상당 부분이 없어질 수밖에 없어 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인 지금 수입을 보전받기 위해 3차년도 수수료를 신설해 달라는 것이다.

보험산업 주축으로 성장한 GA의 준법감시 체계 및 내부 통제 프로세스는 여전히 부실하다. 보험업계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 및 과당경쟁 등은 결국 1천200%룰이 업계 전반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다. 국내 보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는 1천200%룰의 완전 도입을 하루빨리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 (금융부 이윤구 기자)

'이 일은 나이 불문'

(하남=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통계청이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11일 경기도 하남종합운동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하남시 일자리박람회에서 취업 관련 강의를 듣는 구직자가 보험설계사 모집 안내문을 들고 있다. 2025.6.11 nowwego@yna.co.kr

yglee2@yna.co.kr

이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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