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지스의 다음 10년을 위해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누구인가?"
국내 부동산 투자 1위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입찰 흥행은 했지만, 매각 과정은 예상치 못한 국민연금 위탁운용사(GP) 교체설까지 불거지며 험로에 빠졌다. 모든 논란의 발단은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내 유수 대기업을 제치고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외국 자본에 국내 굴지의 운용사가 넘어간다는 우려는 국민연금 자산의 안정성 문제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정작 매각의 본질이 되는 이지스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지스자산운용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으로 이지스는 나아가야 할 성장 경로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파트너를 이번 매각에서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19년 이지스자산운용이 추진한 '하남 데이터센터(IDC) 개발 프로젝트'가 그 힌트가 될 수 있다.
하남 IDC는 경기도 하남시에 건립된 40㎿ 규모의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다. 국내 운용사가 처음으로 부지 확보부터 개발, 운영, 매각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건 이지스의 싱가포르 법인 '이지스 아시아'였다.
이지스 아시아는 데이터센터 펀드를 구성해 싱가포르국부펀드(GIC)부터 중동의 국부펀드 등 여러 글로벌 출자자(LP)들로부터 자본을 끌어모았다.
이지스가 한국 부동산을 넘어 아시아 대체투자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업 역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였다.
하남IDC는 2024년 맥쿼리자산운용에 7천559억 원에 매각됐다. 업계 추산만 해도 펀드는 멀티플 2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이 프로젝트는 이지스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레퍼런스가 됐다.
이런 시점에 힐하우스의 등장은 단순하게 '외국계 자본'으로만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현재 이지스는 국내 상업용부동산 투자를 중지한 상태다. 앞서 입주민과의 협의 과정이 길어진 신도림 디큐브시티 개발을 제외하면 신규 진행 건이 없다.
국내 부동산 시장만으론 전망을 고려할 때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힐하우스는 이미 싱가포르의 라바 파트너스(Rava Partners)와 일본의 삼티(Samty) AMC 등 부동산 플랫폼을 산하에 운영하고 있다. 호텔과 맨션, 임대주택 개발부터 리츠 운용에 강점을 가진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하남IDC 투자 건처럼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시니어하우징 등 대체투자가 이지스에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된다면, 힐하우스는 이지스의 다음 10년을 위한 업무 시너지가 기대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외국 자본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항상 외국계 자본은 국내 규제와 반발에 막혀 국내 시장을 떠났다. 국내 자본이 해외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해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생긴 마당에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에 대해서도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또한 힐하우스 펀드에 LP로 참여하는 투자자는 GIC를 포함한 글로벌 국부펀드로 국적이 다양하다. 이를 고려하면 중국계인지 싱가포르계인지 국적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보단 글로벌 자본이란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물론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을 경계해야 할 지점은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일정 기간 뒤 단기 차익을 위한 엑시트(매각)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매각 과정에서 힐하우스는 최소 일정 기간 매각하지 않는다는 인수 조건과 운용 인력에 대한 고용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인 투자가 아닌 운용사 자체의 중·장기 역량 강화를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에 가깝다.
연기금의 고위 관계자는 "사실 부동산 투자는 단기로 못 하고 보통 10년 이상은 자금이 들어온다"며 "우리 입장에선 고정 자본을 사주는 걸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결국 이지스 매각은 외국계 자본인지 국내 자본인지 구분할 게 아니라, 이지스의 미래에 가장 적합한 파트너가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업계 선두인 이지스가 제2·제3의 '하남IDC'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인수 주체를 찾는 일이야말로 이번 매각의 정답이지 않을까.(증권부 노요빈 기자)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bnoh@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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