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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리포트] 모두가 고개 저은 이차전지 '북미 ESS' 주목한 iM증권 정원석

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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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삼성전자 출신 애널리스트의 기술 베이스 산업 분석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2023년부터 긴 혹한기를 겪어온 이차전지 업종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가혹한 시간을 보냈다. 대장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주가는 연초 대비 20% 안팎 하락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등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이차전지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리포트가 등장했다. iM증권 정원석 연구원이 지난 6월 9일 발간한 하반기 전망 보고서다.

◇'북미 ESS' 수혜 예상한 리포트…기업별 수혜 강도까지 제시

이 보고서가 남달랐던 건 전기차 수요 둔화를 직시하면서도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라는 숨은 기회를 선제적으로 조명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전기차와 EV용 배터리에 대해서는 IRA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를 강하게 차단해온 반면 ESS 부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는 점을 포착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ESS 배터리와 시스템 가운데 약 70% 이상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채워져 있다.

정 연구원은 만약 ESS 분야에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나 원산지 규제가 본격 적용된다면, 중국과 한국 업체 간 가격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북미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점진적인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북미 ESS 시장 점유율 확대 가정 시 LG엔솔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실적이 얼마나 개선될지 '숫자'로 보여줬다.

그는 중국산 배터리 셀과 소재에 대한 징벌적 상계관세가 본격화할 경우 미국 ESS 시장에서 LG엔솔과 삼성SDI의 점유율이 각각 현재 4%와 6%에서 내년 13%와 17%, 내후년 22%와 28%까지 오른다는 가정으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LG엔솔과 삼성SDI는 ESS 영업이익 전망치가 기존 내년 890억원, 5천380억원에서 5천730억원, 7천21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까지 합치면 내년부터 각각 1조3천590억원, 1조7천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배터리 셀 업체뿐 아니라 ESS용 LFP·LMR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 역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현실화된 그의 가설…'공학도 시선'으로 본 이차전지

정 연구원의 가설은 7월 현실로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이 시행되면서 ESS용 중국산 배터리를 포함한 원산지 규제 조항이 새롭게 마련됐다.

이후 국내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은 10월까지 빠르게 탄력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처럼 그가 차별화된 분석을 제시할 수 있었던 데에는 '공학도'의 시선으로 산업과 기술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었던 배경이 있다.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정 연구원은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한 뒤 2012년 iM증권 리서치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디스플레이로 시작해 이차전지까지 분석 영역을 넓혀왔다.

정 연구원은 2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주가 흐름보다 기술과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어디로 이동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애널리스트라면 수급보다는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산업의 방향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

리포트를 작성할 때 가장 중시하는 또 다른 원칙은 '솔직함'이다. 그는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하다 보면 실제로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지만, 충분한 고민을 거친 판단이라면 좋고 나쁨을 분명히 담아내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태도는 투자 의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하반기 이후 이차전지 업종에 대해 선뜻 비중 확대를 권하기보다는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10월까지 셀과 소재 업체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 만큼, 이제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할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전기차 부진 여파 계속…'ESS 수혜 밖' 엘앤에프 투자 의견 하향

특히 올해 10월을 기점으로 미국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이 여파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내년 추가로 감소할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아직 시장 컨센서스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내년 1월 말부터 시작될 4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기업들이 제시하는 2026년 가이던스가 현재의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런 조정 국면이 주가에 반영된 이후에야 다시 비중 확대 여부를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차전지 내에서도 '북미 ESS'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을 선별하고 있다.

최선호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제시했다. 하반기까지만 해도 최선호주에 포함됐던 엘앤에프는 내년 최선호주에서는 제외했다. ESS 수혜가 제한적인 데다, ESS 호재에 힘입어 이차전지 관련 업종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7월부터는 서진시스템, 신성에스티, 한중엔시에스, 율촌화학 등 중소형주도 최선호주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ESS 관련 매출 비중이 높은 부품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포트폴리오 다변화까지 꾀한 것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이차전지 주가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전기차가 아닌 북미 ESS 시장 성장에 초점을 두고 관련 종목들의 수혜를 분석한 리포트"라며 "이차전지 전방 업체 산업 변화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혜를 다각도로 잘 분석했고, 관련 기업들 주가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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