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공모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연말 휴지기를 맞았지만, 새해 발행을 앞둔 기업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내달 한국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공기업과 시중은행, 민간기업 등의 조달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연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발행 호조가 기대되는 가운데 시장을 둘러싼 불안 요인이 드러나는 점은 변수다.
내년 차환 물량 증가와 최근 이어지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규모 달러채 발행 등이 맞물릴 수 있어 향후 수급 여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미 투자까지 더해진 터라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발행량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금리 방향성과 통화 스와프 여건 등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 포문…발행량 증가 지속 전망
23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초 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공모 한국물 조달이 재개될 예정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포스코, SK온(국민은행 보증), 한국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달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공모 유로화 채권 데뷔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유로화 채권을 찍은 데 이어 현대캐피탈도 해당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내년 한국물 발행량 증가가 예상되는 점은 관전 요소다.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 통계(KP)'(화면번호 4270'에 따르면 내년 만기를 맞는 한국물 규모는 635억8천200만달러 수준이다.
연합인포맥스 집계 이래 최대 규모로, 올해(544억달러) 대비 16.7% 늘어난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 통계(KP)'(화면번호 4270)
대미 투자도 한국물 공급 우려를 높이는 요소다.
한미 무역 협상으로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실행하기로 한 만큼 향후 국책은행 등을 필두로 조달 물량이 더욱 늘어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AI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고 있어 글로벌 달러채 시장 전반의 수급 부담도 커지는 실정이다.
A 한국물 시장 관계자는 "국내 채권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데다 해외 시장에서는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도 차입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발행 물량 증가가 AA급 우량물에 집중된다는 점은 스프레드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다.
한국물의 경우 한국 정부와 신용도가 동일한 국책은행과 공기업의 발행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정부의 내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한도 또한 50억달러로 대폭 증액된 상황이다. 2009년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수급 부담 현실화로 AA급 한국물 스프레드가 확대될 경우 이보다 등급이 낮은 시중은행과 민간기업까지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전히 풍부한 시장 유동성은 우려를 낮추는 요소다.
또 다른 B관계자는 "유동성이 상당히 괜찮은 상황인 만큼 당장은 한국물 스프레드가 확 벌어질 만한 여건은 아니다"라며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공급량 증가 등 스프레드를 확대할 만한 요인들이 상존하는 상태"라고 짚었다.
◇대외 금리·스와프 여건도 주시
대외 금리 방향성도 변수다.
각국 중앙은행이 매파적 시그널을 드러내면서 금리 방향을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남겨둔 상황이다.
한국물의 경우 대부분 달러채 위주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미국 채권시장의 분위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향후 미국의 금리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경우 채권시장 및 한국물 조달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욱 클 수 있다.
C 관계자는 "미국의 통화정책 경로가 방향을 바꿀 경우 글로벌 시장에 금리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각국이 인상 가능성까지 가늠하고 있는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매크로 환경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기업의 경우 대부분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쓴다는 점에서 통화 스와프 여건도 중요하다.
내년 CRS 환경을 두고도 다양한 변수가 얽혀있는 상황이다.
WGBI 편입을 앞두고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물 통화스와프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D 관계자는 "WGBI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가 환 헤지로 원화채 매수에 나설 경우 한국물 발행사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것과 같은 방향을 띄게 된다"며 "발행사 입장에선 CRS 여건 악화로 스와프 할 때 달러채 조달의 이점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원 환율과 국고채 금리 상승 등의 여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선 A 관계자는 "최근에는 달러-원 환율 상승에도 CRS 또한 같이 상승했다"며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CRS 금리도 같이 오르는 여파로 풀이되는 만큼 통화 스와프 여건을 둘러싼 다양한 요소를 살피고 있다"고 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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