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상반기부터 숨돌릴 틈이 없었다.
미국과 무역 협상을 위해 각 나라 수장이 바쁘게 움직였고 일부 관세 인하 등 합의가 이뤄지며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다.
하지만 변동성은 멈추지 않았고 투자자들은 안도할 새 없이 '인공지능(AI)'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에 노심초사했다.
특히 영화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가 2007년 금융 위기 이후로 다시 'AI 버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관련주가 급락하기도 했다.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 정상화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일본 채권 금리는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위험자산들의 가격 조정 재료가 됐으며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경계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서 고꾸라졌다.
◇트럼프 '해방의 날' 선포…미국발 관세 전쟁에 흔들린 금융시장
올해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선포한 '미국 해방의 날' 이후 부과된 대규모 상호관세로 큰 홍역을 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마침내 미국이 돈과 존경을 되찾을 때가 됐다"며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모든 국가, 우방과 적에게 속고 학대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유럽연합, 멕시코, 캐나다 등이 주요 타깃이 됐고, 글로벌 교역 둔화 우려가 급격히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제품에 최대 60%의 추가 관세 부과를 위협했고 멕시코·캐나다를 향해서도 자동차 및 철강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발표 직후 미국 증시는 급락했고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연결된 반도체·자동차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S&P500지수는 '해방의 날' 직후인 4월 7일 4,835.04까지 저점을 기록하며 월초 대비 약 18% 급락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증시 붕괴와 경기 침체 우려에 4월 초 3.8%까지 밀렸다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한 달 만에 4.6%대까지 급등하며 요동쳤다.
◇연준 흔드는 트럼프…중앙은행 독립성 문제와 금리 인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공개적인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기준금리가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반복적으로 인하를 요구했고, 연준의 인사 구조와 권한을 문제 삼았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선 노골적으로 '미스터 투 레이트', '루저'라고 언급하며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이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으로 이어졌다.
특히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매파' 리사 쿡 연준 이사에게 '모기지 사기' 혐의를 대며 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공개적으로 해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쿡 이사는 이에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며 해임 압박에 정면 대응했다.
연준은 물가 둔화 흐름을 확인하면서도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연중 기준금리는 고점 구간에서 유지되다 하반기 들어 점진적인 인하가 단행됐지만, 시장의 기대보다는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정치적 압력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재차 부각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의 정책 신뢰도가 약화될 경우 장기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이 정치 변수에 노출되는 리스크가 분명히 각인된 해였다.
◇프랑스 정치 불안 장기화…유로존 재정 리스크
유럽에서는 프랑스 정치 불안이 유로존 전체의 재정 리스크로 번졌다.
총선 이후 어느 진영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헝 의회'가 장기화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었고 지난해에 이어 정국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특히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PS)이 부유세 도입을 요구하며 정부 붕괴 위협이 다시 커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국채 금리가 독일 국채 대비 꾸준히 상승, 프랑스 10년물과 독일 국채 간 금리 스프레드는 한때 80bp를 넘어서며 신용 리스크 프리미엄이 크게 반영됐다.
유로존의 핵심 축인 프랑스와 독일 간 금리 격차 확대는 단일 통화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다.
프랑스의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과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동시에 부각되며 유로화도 약세 압력을 받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9월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어 무디스는 10월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Aa3'로 유지하면서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AI 버블 우려 제기…'빅쇼트' 버리 "내가 돌아왔다"
올해 하반기 들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대한 경고음이 커졌다.
영화 '빅 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와 대니 모지스 등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인물들이 잇달아 AI 버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다.
이들은 "성장은 실재하지만, 밸류에이션의 수학이 맞지 않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이클 버리는 자신의 사이언 자산운용에 대한 등록 허가를 반납하고 11월부터 서브스택에 '카산드라 언체인드(Cassandra Unchained)'라는 이름의 뉴스레터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AI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를 전달하며 시장에 목소리를 다시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버리의 등판에 엔비디아 주가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마자 하루 만에 장중 3.5% 급락했고 팔란티어 등 다른 AI 관련 대형 기술주들도 큰 폭 조정을 받았다.
버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AI 대기업들이 컴퓨팅 장비의 감가상각 기간을 늘려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며 AI 업계의 순환 거래, 주식 매입 실질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응해 엔비디아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에게 직접 비공개 메모를 보내 버리가 지적한 문제 등을 자세히 반박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닷컴 버블과의 유사성을 거론하며 '승자와 패자 가르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AI가 구조적 성장 산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과도한 기대가 선반영된 종목에 대한 경계심은 연말로 갈수록 뚜렷해졌다.
◇비트코인 연초 강세 이후 급락…엔 캐리 청산 공포에 '크립토 겨울' 우려도
올해 가상자산 시장은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여줬다.
비트코인은 연초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암호화폐 정책 기대 속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하반기 들어 급락했다.
미국 금리 인하 지연과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가 겹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10월까지만 해도 호재가 쌓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담은 '지니어스(GENIUS) 법안'에 서명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제도권 금융의 핵심으로 들어서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와 엔캐리 청산 경계에 더해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또 미 상원에서 가상자산 시장 구조 법안 등 다른 법안들에 대한 협상이 내년으로 미뤄지며 비트코인에 대한 열기는 크게 식었다.
연합인포맥스와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0월 126,279.63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12월 중순 현재 8만9천달러대에서 등락하며 고점 대비 약 30% 하락했다.
특히 엔화 약세 국면에서 형성됐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경계로 흔들리자 투자자들은 고위험 자산인 암호화폐부터 던졌다.
시장에서는 '크립토 겨울' 재현 가능성도 거론됐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유동성과 투기 심리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디지털 자산의 성숙을 둘러싼 논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syyoon@yna.co.kr
윤시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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