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담합·슈링크플레이션도 정조준…"시장 교란 탈세 철저히 검증"
[국세청 제공]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1. 전자제품 제조업 상장법인 A는 해외 현지법인 B로부터 매출액의 일정 비율만큼 기술사용료를 받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터무니없이 낮은 대가를 받아 외화자금 약 1천500억원이 국내로 환류되지 않았다. 또 사주일가는 사주로부터 A의 기업공개(IPO)에 관한 내부정보를 제공받고 사전에 대량의 주식을 취득했다. 상장 이후 수십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얻었음에도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2. 빌트인·시스템 가구 제조업체 C는 여러 회사들과 사전에 가격을 합의해 입찰 담합을 수십 차례 실행했다. 담합사례금을 지급·수령하는 과정에서 실물 거리 없이 들러리 업체로부터 거짓 매입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거나 역으로 들러리 업체가 돼 거짓 매출 세금계산서를 교부했다. 아울러 가구자재 매입 과정에서 특수관계법인인 D를 거래 단계에 끼워넣어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나눠주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E에 자금 대여 후 회수한 것으로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미회수하는 등 해외로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했다.
국세청은 가격담합 등 불공정 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기면서 정당한 납세 의무를 회피하고 부당한 이익을 챙긴 시장 교란행위 탈세 업체 31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9월 가공식품 제조·판매업체 55곳에 대한 세무조사 이후 생활물가 관련 두 번째 세무조사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가격담합 등 독과점 기업(7개), 할당관세 편법 이용 수입기업(4개),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9개), 외환 부당유출로 환율 불안을 유발한 기업(11개) 등이 포함됐다.
이들의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외환 부당유출 기업의 금액이 7천~8천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국세청 제공]
먼저 외환 부당유출 기업은 법인자금을 편법으로 유출해 고가의 해외자산 등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외환 수요를 증가시킨 혐의를 받는다.
외화자금의 원활한 유치 목적으로 도입된 대외계정을 이용해 국외로 외환을 부당하게 빼돌리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국외로 유출한 외환 규모는 약 5천억원에 달한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법인자금을 사용해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는 것을 넘어 가족 전체를 이주시키고 고액 부동산, 고급 콘도, 호화 요트 취득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치 생활을 누렸다.
특히 일부는 100% 자회사인 해외 현지법인에게 지급보증용역을 무상 제공해 국내 은행에서 거액의 외화를 차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차입금으로 수백억원의 미국 하와이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법인의 외화자금을 업무와 무관한 고가 자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국내에 다수의 법인을 운영하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가격담합 업체들은 사다리 타기·제비 뽑기 등을 통해 낙찰 순번을 정해 '나눠먹기식 수주'를 하면서 들러리 업체에게 입찰 포기의 반대 급부로 공사 계약금액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담합사례금으로 지급하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기도 했다.
할당관세 편법 이용 수입기업의 경우 사주의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유통 과정 중간에 끼워넣고 관세 감면을 받은 원재료를 저가에 공급하는 등 부당하기 이익을 나눠준 혐의를 받는다.
치킨 빵 등 외식 분야에서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중량만 줄이는 꼼수를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도 탈루 혐의가 포착됐다.
이들은 원재료·부재료 판매업체와 직거래가 가능함에도 계열 법인을 거래 단계 중간에 포함시켜 시가 대비 고가로 매입하고, 사주일가가 소유한 가맹점을 인수하면서 권리금을 과다하게 지급하기도 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물가·환율 상방 압력을 유발하는 등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면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한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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