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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산업별 전망-반도체] 수요 탄탄한데…'AI 거품론' 변수

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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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美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호실적 기대감↑

AI 열풍 과열 논란에…AI 관련주 줄줄이 하락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연일 '인공지능(AI) 열풍'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세상을 바꿀 '혁신'으로 여겨지던 AI에 대해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하나둘 나오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AI 관련주들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전망은 크게 둘로 갈린다. AI 호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당분간은 AI로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 어려울 거란 신중론이 함께 존재한다. 각종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AI 거품론'이 확산했다 수그러들기를 반복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내년 반도체 전망과도 궤를 같이한다. AI 확산 속도가 첨단 반도체의 수요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AI 붐' 지속 여부가 엔비디아 같은 AI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 주가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마이크론 CEO "내년 HBM 계약 완료…최고의 순간은 아직"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 18일(현지시각) 2026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에 매출 136억4천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 4.78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이자,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시장의 예상치였던 매출 129억5천만 달러, EPS 3.95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실적을 견인한 건 D램을 쌓아 만든 고대역폭메모리(HBM)였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HBM 수요가 폭증하며 공급이 부족해졌고, 그에 따라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심지어 회사가 전망한 2026회계연도 2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실적도 월가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마이크론은 매출 가이던스로 183억~191억 달러(컨센서스 143억8천만 달러)를, EPS는 8.42달러(컨센서스 4.71달러)를 제시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시기에 있다"면서도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해 미래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HBM4를 포함해 2026년 전체 HBM 공급 물량에 대한 계약을 완료했다"며 "HBM 수요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다. 메모리는 AI 인지 기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라고 확언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연평균 40%씩 성장해 오는 2028년 1천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는 환호했다. 마이크론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최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AI 거품론'을 단숨에 잠재울 걸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이는 주가로도 나타났다. 마이크론 주가는 전일 대비 10.21% 오른 248.55달러에 마감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뒤를 잇는 글로벌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특히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풍향계'로 불린다.

이번에 강력한 AI발 수요가 확인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나머지 기업들도 호실적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HBM 쏠림으로 공급이 부족해진 범용 D램도 빠르게 몸값이 오르고 있어 매출과 수익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내년에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장되는 반면, 공급 제약이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기업들은 유리한 수급구조에 기반한 이익 증가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오라클, 매출 실망·투자자 이탈에 주가 '뚝'…거품론 재점화

다만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 기업들이 AI에 쏟아붓고 있는 막대한 투자금이 의미 있는 성과로 되돌아올지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는 탓이다.

이들은 AI 열풍 과열로 고용 약화 등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졌고, 전력과 냉각 등 인프라 병목 문제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AI 반도체·빅테크 간 순환 거래로 실제보다 장부상 매출이 부풀려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했다.

[출처:연합뉴스 그래픽]

이에 AI를 등에 업고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기술주들이 최근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투자가 재검토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며 AI 버블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은 지난 10일(현지시각) 2026회계연도 2분기 매출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매출이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영향이다.

외신들은 대규모 AI 관련 계약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우려가 확인된 결과라고 짚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본 지출 전망을 확대한 것도 수익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져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일주일 뒤인 17일엔 오라클이 추진하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이 핵심 투자자의 이탈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오라클 주가가 5.40% 곤두박질쳤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3.78%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1.8%)와 다우존스(-0.5%), S&P500(-1.2%) 등 뉴욕 3대 지수가 동시에 하락하며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심지어 엔비디아는 호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가 하락하자 글로벌 주주들에게 자료를 배포해 'AI 거품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젠슨 황 CEO는 임직원 간담회에서 "엔비디아가 나쁜 실적을 내면 AI 버블의 증거가 되는 것이고, 호실적을 내니 AI 버블을 조장한다고 한다"며 억울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재고가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수요 둔화가 아닌,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물량을 비축한 것"이라고 밝혔고, 매출이 부풀려졌단 주장은 "매출의 극히 일부만 스타트업 투자에서 나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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