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방식 PER로…"산업 구조 변화, 가치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올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증시에서도 승자로 꼽힌다. 세 배 넘게 오른 주가에, 올해의 실적만 보면 불과 몇 년 전 '겨울이 온다'던 전망은 사라졌다.
한 달 동안 15% 이상 주가가 오르는 건 예삿일이었다. 9월과 10월에만 각각 30%, 60%씩 주가가 뛰면서 리서치센터도 분주해졌다. 높아진 가격을 해석해야 해서다. 대부분은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반도체는 시클리컬 산업이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올라간 주가를 후행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한 연구원은 다른 선택을 했다. 새로워진 업황에 맞춰, 새로운 논리를 세웠다. 그러면서 '100만닉스'를 내다봤다.
연합인포맥스는 SK하이닉스에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의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의 리포트를 '2025년 올해의 리포트'로 선정했다.
[출처 : SK증권]
◇PBR 대신 PER, 50만닉스 대신 100만닉스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상향했다. 밸류에이션 방법을 PER로 변경하면서,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56조원에서 76조원으로 35% 상향했다.
한 연구원은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가치평가의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밸류에이션 방식을 바꾼 배경에는 AI로 인한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AI 사이클은 기존의 스케일업 국면을 넘어 스케일아웃, 스케일어크로스로 확장된다.
AI 사이클의 확장은 HBM 채용량 증가에 그치지 않고 서버 D램과 eSSD 등 메모리 전반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GD7, SOCAMM2, 커스텀 HBM 등 고부가 제품군으로 수혜가 다변화하면서 메모리 산업의 성장성과 실적 안정성 역시 과거와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이러한 폭발적 수요에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산업은 '선수주, 후증설'이라는 새로운 문법을 따르기 시작한다.
한 연구원은 "메모리의 안정적 수급 없이 AI 로드맵의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2~3여년의 장기공급계약 비중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실적 안정성 제고는 실적 기반의 밸류에이션 적용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BR 밸류에이션은 거시경제 기반의 높은 실적 변동성에 따른 선택이었을 뿐"이라며 "과거와 달리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최근 3년간 거시경제의 흐름에 연동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TSMC·마이크론은 PER, 삼전·닉스는 PBR?…변화의 시작점
그는 "같은 거시경제와 전방시장을 공유하고 있고, 같은 장치산업인데 왜 그들에게는 PER이 적용되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PBR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SK하이닉스에 적용되는 PBR 상단은 1.6 배다. 그러나 환경이 만들어낸 변화는 이 밴드를 뚫는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그는 "애널리스트는 주가를 설명하기 위한 툴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들 업황이 좋다는 얘기만 하고 있는데, 이 논리로 주가를 설명하기에는 후행적으로밖에 얘기를 할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변화의 지점부터 다시 고민해봤을 때, 왜 TSMC는 PER이고 우리는 PBR이었는지 차이에 접근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선수주, 후증설…시클리컬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한 이익에 주목
한 연구원은 메모리 산업이 시클리컬로 분류돼 온 근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미래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증설이 이뤄지며, 투자 이후 오버서플라이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AI 사이클에서는 수요의 성격부터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무리 업황이 강하더라도 옛날처럼 수직으로 낙하하는 성격이라면 시클리컬에 머물러야 하고, PBR 밸류에이션을 벗어날 수 없다"며 "이제는 수요에 대한 예측력이 높아진 동시에 물리적 제약으로 과거처럼 증설이 어려워진 상황으로, 더 이상은 시클리컬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투자는 결국 패권 경쟁이고, 목적은 독점"이라며 "컴퓨팅 파워를 끌어올리는 사이클에서 메모리는 가장 가치가 높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논리가 나오면 곧 고점?…"같은 사이클이 아니다"
주가 상승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논리가 등장하는 순간이 곧 고점이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한 연구원 역시 과거 테크 업종에서 주가를 설명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가 동원된 뒤 조정 국면에 접어든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을 알고 있다.
한 연구원은 "10년 넘게 산업을 보면서 주가를 설명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가 등장하는 순간 주가가 끝났던 사례도 지켜봤다"며 "이번에도 같은 결론을 내리려면, 과거와 지금의 사이클이 똑같아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가가 오르면 설명을 만들고, 빠지면 '역시 아니었다'고 말하는 논리는 본질적으로 후행적일 수밖에 없다"며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주가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SK증권]
gepark@yna.co.kr
박경은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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