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설립 필요성 설명… '투자 골든타임' 놓치지 않기 위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공장 투자와 관련해 긴 설명자료를 낸 데는 기존 투자 규모가 120조원에서 600조원으로 늘어난 배경과 일부에서 지적된 특정기업 봐주기식 맞춤형 정책에 대한 비판 등에 적극 해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4일 뉴스룸에 '반도체 공장 투자 관련 설명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는 "국가의 전략 산업 경쟁력과 생존이 걸린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지주회사의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규정을 50% 이상이면 허용하도록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첨단산업 투자 규제 개선 논의를 본격화하자, 일각에서 제기된 '특정 기업을 위한 맞춤형 정책' 논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적극 해명했다.
회사는 설명자료에서 AI 시대 반도체 투자의 규모와 방식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공정 미세화와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생산시설 투자가 폭증하면서, 단일 공장의 투자비만 해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클린룸 1만 평 기준 투자비는 201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 당시 약 7조5천억 원에서, 2025년 가동을 시작한 청주 M15X의 경우 약 20조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투자 규모 확대와 함께 반도체 산업 고유의 구조적 특성도 부담을 키운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경기 변동성이 큰 사이클 산업으로, 투자 시점과 수익 회수 시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잦다.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은 커지고,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재무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그런데도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기 상황과 무관한 선제적·연속적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 자금 조달 방식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자체 자금만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차입 확대는 경기 하강 시 재무 건전성과 신용등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는 주주 가치 희석과 주가 변동성 우려가 뒤따른다.
SK하이닉스는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전쟁'에 있어 투자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고,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라며 "기존의 자금 조달 방식으로는 투자 재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제시된 대안이 SPC(특수목적법인)를 활용한 프로젝트 단위 투자 구조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손자회사가 외부 자본을 유치해 자회사를 설립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있었는데, 첨단산업 투자 규제 개선은 이를 완화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SPC가 금융업이나 자산운용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한시적 구조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이러한 방식이 특정 기업만을 위한 예외가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 첨단산업 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역차별 해소'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기업들은 이미 SPC를 활용한 투자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있는 만큼, 동일한 경쟁 여건을 마련하자는 문제의식이라는 주장이다.
해외 사례도 근거로 제시됐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반도체 기업과 장기 투자자가 협력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구조가 이미 보편화돼 있다. 인텔이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 과정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본 부담과 리스크를 분산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투자 구조의 다양화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규제 완화가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거나 투자 리스크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지적에도 선을 그었다.
SK하이닉스는 "실질적 사업구조는 SPC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임대하는 것"이라며 "SPC는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운용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않아 금산분리 훼손과 전혀 무관하다. 또한 공정위의 사전 심사 및 승인 절차도 마련되어 있어 공정위와의 충분한 소통을 거쳐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PC는 실물 생산시설 투자에 한정된 구조이며, 투자 책임과 성과 귀속의 원칙은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대규모·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첨단산업에서 투자 선택지를 넓히지 않으면, 경기 변동 시 투자 자체가 지연되거나 위축돼 국가 경쟁력에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특정 기업이나 개별 사안이 아니라, 급격히 변화한 투자 환경 속에서 첨단산업 투자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있다"라며 "향후 정부 논의에 따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로 확장된다면 다른 산업도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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