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공학 박사가 2년 지켜본 'AI 네이티브'
시리즈A 투자 주도…태국·일본 등 글로벌 확장 본격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빅테크와의 경쟁이 아닙니다. 그들의 모델 성능이 좋아질수록, 이를 기업 현장에 맞게 최적화하는 우리의 가치는 더 커지는 레버리지 구조입니다."
인공지능(AI) 시장의 거품론이 제기되는 시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사이오닉AI'에 2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주도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AUM)만 약 2조 630억 원에 달하는 국내 굴지의 벤처캐피탈(VC)이다. 여러 펀드를 쪼개지 않고 하나의 대형 '원펀드'를 운용하는 전략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임상민 이사는 삼성SDS 연구원과 삼성벤처투자를 거쳐 지난해 에이티넘에 합류한 '딥테크' 전문가다.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박사를 취득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재무적 수치 너머 기술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임 이사는 사이오닉AI를 두고 "한국에서 보기 드문 'AI 네이티브(Native)'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기존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레거시 시스템에 AI를 덧붙이는 방식이라면, 사이오닉AI는 태생부터 거대언어모델(LLM)의 기업 적용을 위해 설계됐다는 의미다.
임 이사와 사이오닉AI의 기술력을 일찌감치 눈여겨봤다.
그는 "회사가 과거 제시했던 마일스톤을 모두 초과 달성하는 실행력에 놀랐다"며 "회사가 본격적인 스케일업이 필요한 시점에 맞춰 투자를 주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한 사이오닉AI의 핵심 경쟁력은 '팀'과 '기술'의 조화다. 사이오닉AI는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개발 리더 출신인 박우명 CDO(최고개발책임자)와 LLM 응용 서비스 전문가 고석현 대표가 주축이다.
임 이사는 "국내에서 GPU 수백 장을 돌려가며 LLM을 밑단부터 끝까지 만들어본 경험은 극히 드물다"며 "모델을 직접 만들어본 사람과 그 위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를 기획해 본 사람의 조합은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기술적으로는 'VLM(Vision-Language Model·비전언어모델)'과 '온톨로지(Ontology)' 역량에 주목했다. 기업 내부 데이터, 특히 표나 차트가 섞인 복잡한 문서(PPT, HWP 등)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 데이터는 정제되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가 많아 텍스트만 읽는 일반적인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이오닉AI는 VLM 기술을 통해 표와 그래프까지 완벽히 인식하고, 이를 LLM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독보적인 파서(Parser) 기술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데이터 간의 숨겨진 맥락을 찾아내는 '온톨로지' 구현으로 이어진다.
임 이사는 "미국의 팔란티어처럼 데이터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찾아내 인사이트를 주는 것이 엔터프라이즈 AI의 핵심"이라며 "박사 시절 전공했던 네트워크 시뮬레이션과 맞닿아 있어, 이 기술이 기업 생산성에 얼마나 큰 파급력을 줄지 확신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이오닉AI의 솔루션은 IBK기업은행에 도입돼 성능을 입증했다. 보안이 생명인 금융권에서 내부 데이터를 학습한 '프라이빗 LLM'을 구축하고, 환각 현상을 최소화한 에이전트를 구현해냈다. 매일 생성되는 새로운 금융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모델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도 갖췄다.
이번 투자금은 글로벌 확장에 투입된다. 사이오닉AI는 현재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태국 정부의 '소버린 AI'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태국어 데이터 튜닝과 운영을 맡아 현지화 작업을 주도한다.
임 이사는 "SI 의존도가 높고 자체 모델 구축 수요가 있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AI 밀키트'와 같은 사이오닉AI의 솔루션이 큰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잡한 코딩 없이도 고성능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게 돕는 패키지 솔루션이 해외 SI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에 대해서도 임 이사는 단호했다.
그는 "단기적인 부침은 있겠지만, 3년, 5년 뒤를 보면 기업의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여주는 B2B AI 시장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며 "사이오닉AI는 기술적 해자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매출과 효용을 증명해 내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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