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년 전 CMA와 2025년 IMA. 증권사와 은행이 20년 만에 격돌하는 두 번째 장이 열렸다.
2004년 4월 1일 동양종합금융증권은 기존 종금형 CMA에서 한 단계 진화한 CMA로 예금시장을 정조준했다. 종금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원금 보장에다 하루만 맡겨도 더 높은 수익률을 준다는 점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파킹형상품인 만큼 ATM기라는 막강한 입출금 창구를 앞세운 은행 예금과의 경쟁에서 불리했지만, 5년 만에 300만계좌, 잔고 9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증권사 객장에 CMA 계좌를 열기 위해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됐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전했던 2008년 전후 1년 동안 동양종금 CMA 계좌만 무려 100만개 가깝게 증가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급여를 은행 계좌가 아닌 증권사 CMA로 받는 새로운 트렌드도 만들어냈다. CMA는 주식 직접투자의 마중물로도 잘 활용돼 국내 투자 문화를 바꾼 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정부의 모험자본, 생산적 금융과 맞물려 태생부터 달랐던 2025년 IMA는 '소문난 잔치' 우려를 일축하고 대흥행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IMA 1호 상품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모였다. 2년 자금이 묶이는 폐쇄형인데도, 매일 2천억 이상씩 모이더니 단 4영업일 만에 1조590억원을 확보했다. 80%가 개인 자금이다. 950억원을 모집하는 미래에셋증권의 1호 IMA는 3년 만기인데도 사흘 만에 4천750억원의 청약금이 들어왔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에 원금보장형이라는 점이 은행에서 증권으로 자금이동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2, 3호 상품도 꾸준히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서 증권으로의 자금이동, 머니무브가 얼마나 나타날지가 내년 금융가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한국투자증권에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도입·출시된 IMA에 직접 가입하고 있다. 2025.12.23 [금융감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IMA의 성공은 CMA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CMA는 잠깐 머무는 자금이 주식 투자로 이어지게 만든다는 정도였지만 IMA는 사실상 수신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증권사가 기존과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줬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종투사로 지정된 초대형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조건으로 고객 예탁금을 투자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계좌다. 폐쇄형 구조로 장기 자금인 데다, 보수적으로 봐도 추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증권사 북이 대폭 늘어난다. 이론상으로 자기자본의 2~3배까지 북을 늘릴 수 있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의 자금 중개나 조달 등 기업금융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 주가수익스와프(PRS) 단독 리파이낸싱, 롯데건설 영구채 인수 등 한국투자증권의 롯데그룹 자금 조달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2017년 대형 종투사에 허용된 발행어음은 사실상 증권사가 개인자금을 활용해 기업금융에 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수신 잔고는 2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회사 자산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IMA는 그보다 훨씬 화력이 세다. 예대마진으로 돈을 버는 은행과는 차별점을 둘 기회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이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NH농협은행을 뛰어넘었다. 누적 순이익은 1조6천761억원 수준까지 불어났는데, 4분기 흐름으로 봐 올해 연간 순이익 2조원 시대를 무난하게 열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결산 마감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세웠던 마디숫자를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 숫자로 증권사가 시중은행을 역전하는 전에 본 적 없던 상황을 두고, '군드만삭스'의 괴력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수직적인 문화로 인해 군대와 골드만삭스의 합성어인 군드만삭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회사 내 수많은 선배, 동기, 후배들과 협력과 경쟁을 모두 치열하게 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군드만삭스는 한국투자증권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모든 증권사가 치열하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취업 설명회에서 "의사결정 전까지는 여러 논의를 거치는 등 민주적이지만, 실행할 때는 수직적이다. 많게는 수조 원 규모 투자를 하기에 누군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연봉이 높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성과 문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말했듯,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제조국이지만 금융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가계자산 1경5천조원 시대로, 금융산업이 도약할 기반이 마련됐다. 과거엔 제조업이 한국을 키웠다면 앞으로는 금융이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 그 중심에는 증권사가 있다. (증권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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