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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에 도전하는 쿠팡, 어디까지 가나

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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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출처: 쿠팡]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쿠팡이 그간 국회 현안질의와 청문회 과정에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침묵을 이어오다 개인정보 유출 조사 내용과 관련해 수사기관과 정부의 공식 확인 이전에 조사 결과를 선제 공개하는 등 정부 지적에도 맞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도 쿠팡은 그간의 공조 과정 등을 강조하며 재차 반박에 나서면서, 쿠팡의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 "유출자 특정, 유출계정 3천개만 저장돼"…정부 "확인 안돼"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5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내부 조사를 거쳐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자가 3천300만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천 개 계정만 저장했고, 이 역시 모두 삭제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올렸다. 외부 전송 등 추가 유출이 없었다는 점도 함께 공지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발표가 민관합동조사단이나 경찰의 공식적인 확인 이전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쿠팡의 통지 이후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자료를 내고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조사 관련 배포 자료는 민관합동조사단의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린 것에 대해 쿠팡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정부의 경고에도 쿠팡은 자제하기는 커녕 곧바로 맞대응에 나섰다.

쿠팡은 이날 추가 자료를 통해 "쿠팡이 정부 감독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조사가 아니라 정부와 공조 과정에서 이뤄진 조사"라며 재반박했다. 정부 지적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였겠으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두고 정부와 공개적으로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행보는 앞서 쿠팡이 국회에서 보여준 태도와도 어긋났다.

쿠팡은 지난 국회 현안 질의와 청문회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그런 쿠팡이 돌연 태도를 바꿔 "관련 긴급한 사안을 가능한 빠르게 안내하기 위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린다"며 지난 25일 자료를 배포했다.

◇김범석 의장 불출석·침묵 지킨 한국 쿠팡 대표…선택적 침묵?

앞서 국회에서는 쿠팡을 향해 정부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질타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사안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꼽히는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국회 현안 질의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김 의장은 "전 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하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회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도,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

지난 1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는 국회 증언·감정 법률 위반 혐의로 쿠팡 창업주인 김 의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김 의장이 불출석한 가운데 국회 현안질의와 청문회에 출석한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 헤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 역시 "한국 쿠팡의 대표는 본인이기에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입장 외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제껏 발언을 극도로 아끼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수사 내용과 관련해 정부의 공식 판단 이전에 피해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여론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선택적 침묵'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팡의 '유출계정 3천개' 통지, '법적 면피용 꼼수' 지적

법조계에서는 쿠팡이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외부에 통지한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 되기는 어렵다는 보고 있다. 다만 수사와 행정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사 대상자인 쿠팡이 유출 규모를 축소하는 내용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배경에는 법적 책임과 향후 배상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철우 IT 전문 변호사는 "억울함을 소명하는 과정에서 입장을 내는 것은 괜찮다"면서도 "조사 대상자가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사실을 단정해 공표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쿠팡이 2차 피해 여부에 대한 의문을 일축하며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배상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이번 통지를 진행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대윤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유출된 정보가) 외부에 전송된 내역이 없다고 밝힌 것은 2차 피해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 같다"며 "SKT 정보유출 사고 사례를 보면 정보 유출만으로 위자료 10만 원, 만약 2차 피해까지 일어났으면 금액이 더 올라갈 수 있는데 그 금액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유출자가 3천300만 건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은 3천건뿐이라는 것도 3천 명한테만 위자료를 주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쿠팡의 태도는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다.

쿠팡은 정보 유출 사고 관련 초기 안내문에서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표현을 고집했다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재통지 지시 이후 지난 4일에서야 '유출'로 문구를 수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보상 규모 역시 아직까지 쿠팡 측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 내용은 없는 상태다.

정부 지적에 대한 선 긋기, 국회 출석 회피, 수사 중 사안에 대한 선택적 공개가 이어지면서 쿠팡이 택한 대응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고 있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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