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 발행가 달러화로 정했는데 달러-원 급락하며 173억 '펑크'
유상증자 일정 조정되면 내년 3월 정기주총 판세 또 변할 듯
고려아연 "달러총액 납입돼 문제없어…환율 변동 상관 無"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최근 외환당국의 고강도 시장 개입이 고려아연[010130]의 약 2조8천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뜻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사회 결의일(15일)과 실제 납입일(26일) 사이 달러-원 환율이 급락하면서 결과적으로 신주 발행가에 적용된 할인율이 법정 한도인 10%를 넘었기 때문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이를 문제 삼으면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다시 열어 신주 발행을 재결의해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가 달러화 기준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하면서 이사회 결의일 이후의 환율 변동이 거래의 적법성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6일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외국 합작법인(크루서블 JV)을 대상으로 한 2조8천508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15일 이사회 결의 때 달러-원 환율에 기반한 금액이다. 당시 고려아연은 주당 발행가액을 877.94달러로 정하고, 직전 영업일인 12일자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 1,469.50원을 적용해 원화 발행가액을 129만133원으로 계산했다. 시가에 기반한 기준주가를 9.77% 할인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속 상승하던 달러-원 환율이 24일 외환당국의 대규모 시장 개입을 계기로 급락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달러-원 환율은 24일 하루에만 33.80원 내렸고, 26일에도 9.50원 추가 하락했다.
신주 발행을 결정한 고려아연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의 발행총액은 '납입일자(26일)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에 따른 미화 19억3천999만8천782.23달러 상당 원화금액'이다.
이를 적용하면 숫자가 달라진다. 12일 매매기준율 기준 유상증자 대금은 2조8천508억원이지만, 의사록에 명시된 대로 26일 매매기준율(1,460.60원)을 적용하면 2조8천336억원이 된다. 약 173억원의 차이다.
이 차이로 인해 고려아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할인율이 법정 한도를 넘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매매기준율 기준 주당 발행가액은 128만2천320원이다. 기준주가(142만9천787원) 대비 10.31% 할인가여서 10% 한도를 초과한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18조는 상장사가 제3자 배정 증자에 적용할 수 있는 할인율을 10%로 제한한다. 지나친 헐값 발행으로부터 기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출처: 고려아연]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고려아연이 신주 발행가액을 원화가 아니라 달러화(877.94달러)로 정했기 때문이다. 거래조건을 달러화로 고정하면서 이사회 결의일과 납입일 사이에 원화 기준 발행가액 변동이 발생한 셈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는 원화 기준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파마리서치[214450]와 롯데렌탈[089860]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신주 발행가액을 원화로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환율 변수'가 고려아연의 신주 발행 일정까지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신주 발행액을 규제하는 이유는 실제로 회사에 유입되는 자본을 지키기 위함"이라며 "이사회 결의일의 과거 환율이 아니라 실제 돈을 내는 날의 입금액을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따지는 것이 법 취지에 맞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정정명령을 내릴 경우 고려아연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신주발행을 결의해야 할 것"이라며 "관할 등기소에서 발행주식수가 과다해 위법한 신주발행이라고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 26일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됐다고 공시했지만, 만약 일정 조정으로 납입일이 주주명부 폐쇄일인 연말 이후로 밀릴 경우 내년 3월 정기주총에도 파장이 생긴다.
고려아연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6명의 이사를 집중투표 방식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최윤범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크루서블 JV가 새 주주로 등장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지분율에서 앞선 영풍[000670]·MBK파트너스의 이사회 장악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 상태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일인 15일 전날인 14일 기준으로 달러 기준 발행가액이 확정돼 있고, 그에 따른 달러 총액이 납입됐으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할인율도 기산일(14일) 기준 확정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결의한 발행액 확정 후의 주가 또는 환율 변동은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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