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범 보수계 인사인 이혜훈 전 국민의힘 전 의원을 예산·재정을 책임질 첫 기획예산처 장관에 파격 기용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전 의원뿐 아니라 중도 성향의 야권 인사인 김성식 전 의원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회장에 앉힌 것도 파격이라는 평가다.
대선 기간 자신을 '중도 보수'라고 자칭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예고했던 이 대통령이 경제 분야로까지 범 보수를 아우르기 위한 본격 행보를 인사를 통해 실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날 이 대통령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내던 중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한 이 후보자는 보수 진영 '경제통' 정치인이다.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를 넘나나든 보수 인사로 분류되며, 2021년 9월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해 국가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은 바 있다.
무엇보다 내달 2일 장관급 조직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기획예산처는 기존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재정·미래 전략 조직을 분리해 신설되는 만큼 확장재정을 기조로 삼는 현 정부의 경제 철학을 고려하면 이혜훈 전 의원의 지명은 파격적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선임된 김성식 전 의원 역시 여야를 넘나든 정치 경력을 고려할 때 합리적 개혁 노선을 걸어온 '중도'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쇄신모임인 '민본21'에서 초대 간사를 지냈는가 하면, 탈당 이후 18대 대선에서 당시 안철수 진심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상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자문하는 중요 기관이다.
의장인 대통령이 위촉하는 부의장은 장관급에 해당하는 자리로 자문회의 당연직 위원인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김용범 정책실장·구윤철 부총리·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막중한 자리다.
◇李정부 인사철학 '통합·실용'…선거 앞두고 '중도·무당층' 포섭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이 대통령의 인사 원칙인 '통합·실용' 기조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연 홍보수석은 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두 전직 의원을 선임한 배경을 묻는 말에 "아마 야당 출신 쪽에 가까운 분들이 임명된 것들에 대해서 대통령의 국정 인사 철학이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통합이라는 부분하고 실용인사라는 두 축이 있었다"며 "아시다시피 이분들이 경제 예산 분야에 누구보다도 전문가들로 꼽히는 분들이고, 실무 능력 다 갖추신 분이라는 걸 여러분들은 알 것"이라고 답했다.
당적을 넘어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중시하는 인사 원칙을 가시화함으로써 여야를 포괄하는 협치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협치에 한발 더 나아가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권의 지지기반을 여권의 핵심 지지층에서 중도, 무당층까지 확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권 출신을 정부의 곳간을 책임지는 예산과 재정 정책 라인에 과감히 포진시킨 것은 진영을 넘어선 인사"라며 "통합과 실용이라는 방향성이 실제로 어떻게 현실에서 작용할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제·재정 정책 '미세조정' 시작되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경제·재정 정책 기조에 대한 미세 조정이 시작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취임 이전부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이 대통령의 '흑묘백묘론' 처럼 일부 경제 정책들의 균형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후보자와 김 부의장 모두 정치권에서 재정 건전성과 시장 원칙, 규율이 있는 재정 운용을 강조해 온 인물들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최근의 재정 확장과 이에 기반한 복지 정책 확대 기조를 두고 끊임없이 제기돼온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이번 인선의 배경이 됐으리란 해석도 있다.
상징적 인사에 기반한 정책의 미세 조정을 통해 시장과 기업, 재정당국에 정책 신뢰와 안정감을 주려는 포석이라는 의미다.
반면, 야권 출신을 전면에 배치한 이번 인사를 두고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통일교 특검을 비롯해 여야 간 갈등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정 책임과 정책 부담을 일부 '공유'하는 효과를 노린 전략적 승부수라는 해석이다.
동시에 여권 내 개혁 성향 지지층을 향해서는 "정권이 특정 이념에 갇혀 있지 않다"는 신호를 주려는 의도도 읽힌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인사가 향후 여야 정책 협상 구조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한 여권 인사는 "아무래도 야권 출신 경제정책 라인이 전면에 등장한 만큼 국회에서 예산·재정 논의 과정에서도 소통 채널이 넓어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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