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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하루가 지나면 더욱더 가난해져 있다"
미국으로 파견을 온 금융인들의 푸념이다. 달러-원 환율이 올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미국 물가는 팬데믹 시기의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거쳐 살인적인 수준이다. 맥도널드 빅맥 세트가 13.49달러(뉴욕 기준)에 세금까지 더해지면 2만원을 훌쩍 넘는다. 스타벅스 카페 라테는 톨 사이즈 기준 6.45달러(약 9천300원, 세금 포함)다.
트럼프 행정부조차 '생활비 부담'에 주요 선거에서 패배하고 있다. 공화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마이애미시(市)의 시장 자리를 민주당에 뺏긴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환율 이중고까지 겹친 주재원들에게 팁(대략 음식값의 20%)을 내는 외식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뉴욕에 있는 금융인을 포함한 주재원 사이에서 달러-원 환율 추이에 관해 관심이 매우 높아져 있다. 어떤 자리에서도 환율 전망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이들을 현재의 달러-원 환율 수준을 어떻게 볼까.
일단 이들은 달러-원 환율의 상방은 꺾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24일부터 2거래일 동안 45.50원 빠졌다. 26일에는 장중 1,429.5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뉴욕에서 근무하는 한 금융인 A씨는 29일(현지시간)"상당한 규모의 외환 당국 실개입이 이뤄진 것"이라며 "1,480원이 레드 라인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1,450원 선으로 확 내려온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A씨는 연말·연초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중반 아래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외환 당국의 보유 외환이 넉넉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화 보유액은 4천306억6천만달러에 달한다.
금융인 B씨는 "기본적으로 숫자 '4'가 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4천억달러 밑으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하게 본다면 외환 당국은 300억달러 수준은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자를 보며 "분명히 4가 깨져서 3천억달러대로 가게 되면 '붕괴'라고 쓸 거 아니냐"면서 "그럼 불안감이 더욱 커질 텐데, 당국이 그건 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A씨는 "외환 당국이 12월, 특히 24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활용 가능한 보유액이) 200억달러 이상은 남았을 것"이라며 "시장은 전체 거래액의 10%만 개입을 하더라도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외환시장의 일일 달러-원 거래가 100억~130억달러 정도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동안은 외환 당국이 상방 압력을 저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말처럼 100억달러를 밑도는 거래량이 계속되면 외환 당국이 시장의 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인 C씨는 국민연금공단의 환 헤지에도 주목한다. 그는 1,470~1,480원대에서 상당 규모의 국민연금발(發) 물량이 시장에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C씨는 "우리 내부적으로는 1,490원대 극 후반에서 국민연금의 물량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기준이 낮아진 듯한 느낌"이라며 "지금은 1,470~1,480원으로 국민연금의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본다면 뉴욕에서는 당분간 달러-원 환율의 최상단을 1,470원대 '어딘가'로 추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C씨의 경우 앞으로는 외환 당국의 개입이 없더라도 수급상으로 달러-원 환율은 하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주요 증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긴 하지만, 고점에 거의 다가섰다는 평가 때문이다. 여기에 서학개미 양도세 면제 등의 혜택이 더해진다면 '달러 매도-원화 매수'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C씨는 "만약 미국 증시가 더 먹을 게 없다고 전망한다면, 누구보다 시장 분위기에 민감한 서학개미는 한국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환율 고점론, 환차손 우려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훨씬 더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그는 "서학개미는 이미 환차손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씨는 C씨의 의견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했지만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큰 만큼, 시장이 확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변화는 내년 상반기에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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