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없던 '공급계약 해지' 공시, 이달만 두 차례
가동률 회복 지연 불가피…신용도 하향 압력 누적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이번 겨울이 유독 춥다. 2020년 설립 이래 한 번도 없던 '공급계약 해지' 공시를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 했고, 합산 금액도 작년 매출의 절반이 넘는 14조원에 달했다.
배터리 시장의 승부처로 꼽히는 유럽과 북미에서 한 건씩 계약을 잃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당초 예상보다 더욱 도전적인 환경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6일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배터리 파워 시스템과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상호 합의로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해지금액은 약 3조9천억원이다. 전체 계약금액 가운데 불과 4%만 이행된 상태에서 계약 상대방이 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하며 거래가 공중분해 됐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전용 연구개발(R&D) 비용이나 설비투자가 수반되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가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7일에도 9조6천억원 규모의 계약 해지 사실을 알렸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전기차 전략을 후퇴하면서 해지를 통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불과 9일 만에 13조5천억원이 넘는 미래 매출액이 사라졌다. 계약 기간을 고려하면 연평균 2조원 초반대다. 창사 이래 5년간 단 두 건이었던 공급계약 해지 공시가 이달에 몰렸다.
일단 LG에너지솔루션은 "불확실한 고객사를 정리하고 더 탄탄한 수요처를 발굴해 나갈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 업체가 경쟁 우위를 점한 미국 전기차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까지 반등이 요원하고, 유럽과 기타 시장에서는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수년간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을 웃도는 규모로 고정자산에 투자했다. 매출액 변동에 따라 영업손익이 더 크게 변동하는 영업 레버리지가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주잔고 상실은 매출액 감소, 그보다 가파른 손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 매출액을 2023년(약 34조원)의 2배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작년 10월 발표했다. 고성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돌파구로 삼고 있지만, 또 다른 공급계약 해지 공시가 나올까 봐 투자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포드와의 계약 해지 공시 하루 뒤인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시점에서 해당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수주를 즉각적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에 2027년 유럽 공장 가동률 개선은 예상보다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신용도 하향 압력도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을 'Baa2'로 강등하면서 생산능력 확장에 따른 높은 부채 부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급과잉으로 인한 실적 부진을 리스크로 언급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순차입금의존도는 2022년 말 5.7%에서 올해 9월 말 25.9%로 늘었다. 순차입금의존도는 총자산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90)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중 갚아야 하는 회사채는 원화 7천500억원, 달러화 8억달러다. 발행 시점인 2023~2024년에 비해 차환 부담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아직 국내 신용평가사 3곳은 LG에너지솔루션에 최초로 부여한 신용등급(AA/안정적)을 한 차례도 조정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ESS 등 미래 성장 동력에 자원을 집중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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