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최욱의 정책한컷] '환율과 전쟁'에 가세한 과세당국

26.12.29.
읽는시간 0

코스피 상승, 환율 하락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9.5원 내린 1,440.3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21.06포인트(0.51%) 상승한 4,129.68에 거래가 마감됐다. 2025.12.26 seephoto@yna.co.kr

(세종=연합인포맥스) 최근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겐 '긴급' 공지가 전달되는 일이 잦아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들이 회의를 했다는 소식부터 각종 대책을 예고하는 것들까지 내용과 형식도 다양하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에는 시장안정 메시지와 세제 인센티브 정책이 잇달아 발표되기도 했다.

긴급이란 꼬리표가 달린 언론 공지의 타깃은 분명했다. 바로 외환시장 안정이다. 달러-원 환율이 한때 1,480원 선을 넘어서자 정부 대응 수위도 점점 높아졌다.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 개입과 함께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이 1,440원대까지 떨어지며 한숨을 돌렸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의 외환시장 대응에서 눈길이 갔던 대목은 과세당국의 활약이다. 통상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 외환당국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대책이 쏟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환율과의 전쟁'에서는 이례적으로 국세청과 관세청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사실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포문을 연 곳은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지난 23일 외환 부당유출로 환율 불안을 유발한 기업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가격담합 기업과 슈링크플레이션(제품 가격은 유지하되 양을 줄이는 행위) 프랜차이즈 업체 등이 포함됐지만, 언론의 관심은 단연 외환 유출기업에 쏠렸다.

국세청도 관련 보도자료에서 1,400원대 고환율에 연동된 물가 상승 압력을 언급하며 세무조사 추진 배경을 분명히 했다. 일부 기업이 대외계정을 활용한 편법적 외화 유출로 환율 변동성을 키운다고 지적하면서 엄정한 대응을 강조하기도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관세청은 지난 26일 불법 무역·외환거래 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법령을 위반한 무역대금 미회수와 가상자산을 악용한 변칙적 무역 결제, 무역 악용 외화자산 해외 도피 등을 고환율 상황을 초래하는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관세청은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특별단속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담당자들은 휴일까지 반납하며 자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두 기관의 움직임을 두고 관가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외환시장 안정 대책에 보조를 맞춰 적절한 시점에 조사·단속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별 세무조사와 단속은 이들 기관의 일상적인 업무 중 하나이지만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세당국이 조사·단속에 착수한다고 공표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던지는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국민연금과 증권사, 수출기업에 이어 이제는 세금 징수기관까지 환율 방어에 동원한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기관의 국정운영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까지 깎아내리는 것은 그리 적절하진 않다.

정부가 내년에도 '적극 재정'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세수를 조달해야 할 징수기관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다른 업무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경제부 차장)

wchoi@yna.co.kr

최욱

최욱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