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미래에셋 3.0 승부수] '잘나가는 거래소' 대신 코빗 선택한 이유는

26.12.29.
읽는시간 0

디지털 자산 밸류체인 전략적 확보…"트레이딩 아닌 자산관리로 향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에 나섰다. 선택지에 '잘나가는 거래소'는 없었다. 인수 대상이 된 코빗은 거래량 기준 4위권 사업자다. 시장 영향력만 보면 공격적 확장은 어렵다.

그런데도 미래에셋이 코빗을 선택한 건, 디지털 자산의 밸류체인 전반을 손에 쥐려는 전략적 판단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코빗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대주주인 NXC, 2대주주인 SK플래닛의 보유 지분이 인수 대상이다. 거래 규모는 1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코빗은 공식 매각 절차에 나선 적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전략적 선택지'가 열려 있는 잠재 매물로 인식해왔다.

여러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코빗 인수를 위해 최대주주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으며, 일부 원매자와는 상당 부분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표의 3연임을 두고도 매각을 위해 경영 안정성을 부각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기도 했다.

가격 및 조건 등을 두고 씨름이 이어졌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성사된 거래는 없었다. 업비트·빗썸 양강 체제 속에서 거래량 점유율 1%대, 7년 연속 적자라는 사업 여건은 잠재 인수자 입장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외국계로의 경영권 이전에 따른 정책·여론 부담이 변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에셋이 코빗의 손을 잡았다. 기존 원매자가 한국으로의 거래소 사업 진출을 위해 코빗에 눈독을 들였다면, 미래에셋의 전략은 다르다. 거래소는 독립적인 사업이 아닌, 그룹의 방향을 디지털 자산으로 틀기 위한 출발점이다.

베팅이 아닌 포지셔닝 차원의 인수이기에, 코빗이 처한 사업 여건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미래에셋은 거래소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라이센스 사업으로서 디지털 자산 밸류체인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주목했다.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의 성장성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국내 무대에서 경쟁해야 할 업비트·빗썸도 매출 중 98%가 개인 거래의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현 양강 구도에서는 승산이 없고,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라는 단점도 있다.

단순 수수료 모델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해외에서도 확인된다. 해시키그룹은 이달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규제 친화적 거래소를 내세워 공모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증시 데뷔 이후 주가는 공모가를 하회 중이다. 수수료 기반으로는 장기적인 성장 스토리를 그려내기 어렵다는 시각이 반영된 셈이다.

미래에셋이 그리는 그림은 여기서 갈린다. 거래소를 수익을 내는 사업 단위로 분리하지 않고, 그룹의 자산관리(WM)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로 결합한다. 디지털 자산을 단기 트레이딩의 대상이 아니라, 기존 금융 자산과 같은 관리 대상 자산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WM을 중심에 둔 디지털 자산 전략은, 각 계열사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미래에셋만의 생태계가 꾸려진 셈이다.

운용 부문에서는 이미 보유한 투자 자산을 디지털 자산 형태로 상품화해 '콘텐츠'를 만들고, 거래소는 이를 유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WM) 비즈니스와 디지털 월렛은 이 자산을 고객에게 소개하고 관리하는 창구로 기능한다. 거래·보관·운용이 분절된 기존 가상자산 시장과 달리, 그룹 내부에서 자산의 상품화부터 유통, 관리까지 연결된다.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자산을 많이 보유한 곳이 엄청난 무기를 가진 것"이라며 "트레이딩이 아닌 자산관리로 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박경은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