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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틀렸나…신영증권의 네 번째 반성문

2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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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와 주가 급등 동조화…"4천 갈 줄 몰랐다…상상도 못한 시나리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부족한 인간이 좋은 의사결정만 할 수는 없습니다. 멍거와 같은 현인도 자신의 실패를 복기했습니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4,000을 돌파하며 역사를 쓴 2025년. 여의도 증권가에 축포 대신 차분한 반성문이 도착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2022년부터 4년째 발간하고 있는 이색 리포트 '2025년 나의 실수'다.

신영증권은 30일 주요 애널리스트들이 자신의 예측 실패 사례를 복기하고 분석한 '나의 실수' 리포트를 발간했다.

신영증권은 "투자는 100%의 완전무결한 의사결정을 지향하는 게임이 아니며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승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틀린 것들을 진지하게 대함으로써 더 나은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

◇"4천 갈 줄 몰랐다"…'적응적 기대'의 함정

이번 리포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역설적이게도 강세장에 대한 반성이다. 김학균 센터장은 강세장을 전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4,000선 안착은 상상도 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고 고백했다.

코스피가 오랜 박스권에 갇혀 있던 경험 탓에, 시장이 내재한 폭발적인 에너지와 관성의 힘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센터장은 올해 시장의 가장 기이한 특징으로 '원화 약세'와 '주가 급등'의 동조화를 꼽았다. 통상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이탈하며 주가가 하락하던 한국 증시의 오랜 공식이 깨진 것이다.

그는 이러한 낯선 조합의 원인을 구조적 변화에서 찾았다.

김 센터장은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쏠림(서학개미)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 환율은 올랐지만 국내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밸류업) 효과로 증시가 뜨거웠다"고 분석했다.

◇"천지개벽했는데 나만 불신"…애널리스트의 직업병 '습관적 회의주의'

거시 전략에서 시장의 강도를 놓쳤다면, 섹터 전략에서는 심리적 함정에 대한 고백이 이어졌다. 주인공은 올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건설 섹터다.

올해 건설업 지수는 코스피 상승률(67.6%)을 훌쩍 뛰어넘는 84.9%의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박세라 건설 담당 연구원은 "1년 만에 천지개벽이 일어났지만, 끝내 이 상승을 온전히 믿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 연구원의 발목을 잡은 것은 데이터가 아닌 '습관적 회의주의'였다. 지난 10여년 간 이어진 건설업의 부진과 구조적 저성장을 학습한 탓에, 호재가 나와도 그 이면의 리스크를 찾는 데만 골몰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은 이미 새로운 기회에 밸류에이션을 부여하고 있었는데 애널리스트의 '의심하는 시선'과 고정된 프레임이 판단을 늦췄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경계심은 애널리스트의 자산이지만, 습관이 되는 순간 판단을 흐리는 독이 된다"는 묵직한 교훈을 남겼다.

이 밖에도 리포트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매몰되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간과한 이차전지 섹터, 엔비디아의 독주에 가려 구글 TPU 등 대체 기술의 부상을 놓친 반도체 섹터 등의 복기가 담겼다.

신영증권의 이번 리포트는 증시가 환호하는 순간에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자신들의 과오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울림을 준다.

김학균 센터장은 "부족한 인간이 좋은 의사결정만 할 수는 없기에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더 나은 애널리스트가 되어 장기주의를 지향하는 투자자와 기업의 든든한 벗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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